서툴러도 살아가고 싶습니다. 서툴러도 써나가고 싶습니다.
삶이 힘든 것에 비하면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십 대 무렵이었을까 , 나는 그런 사실을 깨닫고 일주일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란 적이 있다. 조금만 약삭빠르게 굴면 세상은 내 뜻대로 되고, 모든 가치는 전환되고, 시간은 흐름을 바꾼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함정이었음을 깨달은 건, 불행하게도 훨씬 나중의 일이다. 나는 노트 한 가운데에 줄을 하나 긋고 왼쪽에는 그동안에 얻은 것들을 , 오른쪽에는 잃은 것을 썼다. 잃은 것, 짓밟아버린 것, 벌써 오래전에 버린 것, 희생시킨 것, 배반한 것, 나는 그것들을 끝까지 다 쓸 수 없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무라카미 하루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