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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유 Apr 02. 2023

응답하라 청춘이여. 6

그때 그 만우절

때는 중학교 2학년, 만우절이었다.




생물 시간에 개구리를 해부할 예정이니, 4월 초까지 한조에 한 마리씩 준비하라고, 학기 초부터 안내가 있었다. 크면 클수록 좋다고 했다. 날이 안 풀려서 인지 연못이나 풀숲을 찾아봐도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몇 주를 허탕 치다 친한 친구 한 명과 버스를 타고 근교로 나가, 논밭 볏짚 속에서 잠자고 있는, 개구리 한 마리를 포획할 수 있었다.


교실에는 미리 잡혀온 개구리 몇 마리가, 앞으로의 운명도 모른 채, 우리와 함께 수업 듣고 있었다. 

내가 잡아 온 개구리가 가장 컸다. 다른 개구리는 엄지 만하거나 커봐야 검지 정도였는데 내 개구리는 거짓말 안 보태고 성인 주먹 만했다. 이제  생각인데 혹시 두꺼비나 황소개구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손톱만 한 작은 청개구리도 못 만지겠는데 그땐 그렇게 큰 개구리가 우찌 그리 귀엽다고 왕초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안아주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만우절 아침,  아이들과 작당모의 했다.

첫째, 책상과 의자 돌려 뒤를 보고 앉아 있기.

둘째, 교탁 위 출석부 안에 바구니를 뒤집어 놓고 그 안에 내 왕초 개구리를 넣어 놓기.


1교시 남자 샘은 껄껄껄 웃으셨고,

2,3 교시 여자 샘들은 기겁하며 꺄! 소리치셨다.

4교시좀 걸리긴 했다.


호랑이 마녀 수학 이었는데  번쯤 화들짝 놀라는 표정 보고 싶었던 우리는 그냥 진행하기로 다.


아이들 모두 숨죽여 교실 뒤를 보고 앉아있었다.

교실 문이 열리선생님의 발걸음이 교탁 앞에 멈췄을 때 반장이 일어나 뒤를 보고 "차렷, 경례!" 선창 했고  일제히 "안녕하세요?"인사했다.


조용하다.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출석부 펼치는 소리.

차마 뒤돌아 볼 수 없어 다들 귀만 쫑긋 새우고 있는데.

드르륵~~ 창문 열리는 소리.

뭐지? 고개를 돌렸다.

~~ 순간 눈을 의심했다.

호랑이 마녀는 내 귀여운 왕초를 한 손에 쥐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던졌.


! 탁! 뭔가 땅에 떨어지며 파열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경악스럽고 어안이 벙벙해지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교실 분위기가 침통해졌다. 50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마녀가 독종 이어도 그 정도일 줄 몰랐다는 말로 나를 위로하고 개구리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르르 1층으로 내려갔다.


우리 교실은 3층이었고, 분명 강속구로 날렸고,

심한 파열음도 똑똑히 들었었는데.

운동장까 샅샅이 뒤졌지만, 체도 피도 그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창가 쪽 화단 풀밭으로 떨어진 것일까.

그래서 탈출에 성공한 것일까.




내가 해부 수업을 했는지,

어떤 개구리로 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땅에 떨어진 죽음을 목격하지 않은  만우절 기억이 참 다행이다.

만우절만 되면 해부를 앞두고 있던 찰나, 

감쪽같이 사라진 왕초가 생각난다. 


왕초, 그때 넌 어디에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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