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Mar 16. 2024

나에게 활력을 더하는 것

동기를 조절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통제 수단

지난 글에서는 우리가 마음먹은데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와 나를 방황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를 방해하거나 방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력을 더하는 수단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오늘만 사는 남자


'내일 하면 되잖아?', '지금 꼭 해야 돼?' 제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과거의 저는 '노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적 경계를 일으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다. 너무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저에게 시작은 쉽지 않아요. 무언가에 시작하는 것 자체가 버거웠습니다. 미래나 목표를 위해 혼신을 다했던 경험은 손에 꼽았죠. 저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는 것뿐이었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몸을 일으키는 것,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어려웠죠. 미래를 위해, 목표를 위해 혼신을 다해 본 경험은 많치 않습니다.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오늘을 잘 보내는 것입니다.


목표가 있어도, 문제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왜 나는 이럴까?' 하는 고민이 마음 한편에 있었죠. 그러던 중 '반드시 끝내는 힘'이란 책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가치 감소율이 낮다"는 문장이 다가왔습니다. 

가치 감소율

이란 미래의 결과가 매력을 잃는 정도를 뜻합니다. 제가 자주 하던 말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였습니다. 미래의 나를 남으로 생각해봤던 것이죠.


'아~ 살아있네!'라는 느낌을 느끼는 하루를 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미래의 제 모습과 친밀해지는 것, 다른 하나는 이렇게 엉덩이가 무거운 저도 움직이게할 핵심 동력을 찾는 것이에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자율성'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봤습니다. 자율성, 내적동기의 힘은 강력하죠. 저는 관심있는 것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새벽2시 정도면 한계가 옵니다. 하지만, 게임에 빠지면 한계를 초월하죠.




미래의 나와 친해지면 벌어지는 일


앞서 작업 기억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요,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작업 기억은 우리가 의식을 발휘하는 공간이에요. 인지 조절에 필요한 맥락들이 저장되는 곳이죠. 보통은 '과제 맥락(Task Context)'이라고 부릅니다.


가령 낭떠러지 옆 초행길을 운전 중이라면 뒷좌석의 아이가 부르더라도, 휴대폰 알림이 울리더라도 전방을 주시해야겠죠. 극도로 집중하면 주변 상황은 의식하기 어려워요. 작업 기억이 당면한 맥락과 관련된 정보만 선별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작업 기억으로 유입되는 정보는 크게 세 가지예요. 과제의 목표, 관련 기억, 그리고 외부 정보와 해석이죠. 이들을 통제하는 일종의 개별 스위치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 집중하면 아무리 불러도 미동도 없었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뭔가에 몰두하고 있으면 다른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뭔가가 들리지만 흘릴 뿐..


이때 작업 기억에 어떤 정보를 보낼지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동기'입니다. 여기서 동기는 과제 맥락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강도로 표현 할 수 있습니다. 동기가 강할 수록 엄선된 기억과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목표 달성 후의 나를 지금의 내가 동일시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과제 맥락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뇌는 목표 성취에 도움 되는 훌륭한 단서들을 더 많이 떠올려 줄 겁니다.


미래의 나와 가까워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목표를 시각화하는 외부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미래의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 명확히 그려볼 수 있게 말이죠. 그리고 잊지 않도록 표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동기를 조절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통제 수단


작업기억은 목표, 과제와 관련된 기억, 세상에 대한 정보를 조합하여 답을 추론하거나 행동을 결정하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행동에만 초점을 두겠습니다. 행동을 결정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명령은 일차운동피질에서 근육으로 내려갑니다. 일차운동피질 앞에는 전운동피질과 운동보조영역이라 불리는 신피질이 있습니다. 이 영역은 몸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시뮬레이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해도 이곳의 세포는 활성화됩니다. 이 영역이 분리되어 있기에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고, 꿈속에서 가만히 있으면서도 움직이는 것 같은 경험을 합니다. 결국 몸이 움직이려면 전운동피질에서 일차운동피질로 신호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상태(Default)에서 전운동피질에서 일차운동피질로 가는 신호 전달 경로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신호를 전달할 동력이 없다고 할 수 있죠. 전운동피질과 일차운동피질은 시상(thalamus)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상은 운동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시상은 기본적으로 동작하지 못합니다. 담창구 내절(기저핵)이 시상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마음먹은 대로 몸을 움직이려면 담창구의 억제를 풀고, 시상을 탈억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차운동피질로 움직임에 대한 명령이 전달되고 근육으로 신호가 보내집니다.


즉, 행동하기 위해서는 억제를 탈억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행동 자체가 기본 상태를 거스르는 것이죠. 이는 행동이 쉽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정말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미루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이를 거스를 수 있는 게 인간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담창구의 탈억제를 조절하는 것은 선조체(striatum)입니다. 선조체에는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세포 집단이 있습니다. "고세포(Go Cell)"와 "노고세포(NoGo Cell)"입니다. 고세포는 '가자', '해보자'라고 외치는 진보 세력이고, 노고세포는 '하지 말자', '지켜보자'라고 외치는 보수 세력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담창구 억제 여부는 이 두 세포 집단의 경쟁에서 승자가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경쟁할까요? 바로 동기입니다.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라는 책에 따르면, 동기는 비용과 편익, 즉 투입해야 할 노력과 기대 이익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동기 = 이익 / 비용

<책,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무계획의 철학이라는 책에서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효용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효용을 결정하는 인자는 성공확률, 기대되는 가치, 지연성향,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효용 = (성공 확률 x 가치 ) / (지연성향 x 기다리는 시간)

<책, 무계획의 철학>


심리학자 엣킨슨이 말하는 '기대 x 가치' 이론이 있습니다. 동기는 기대화 가치의 곱으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동기 = 기대 x 가치

<책, 당신의 공부는 틀리지 않았다>


위 항목들을 종합해서 세분화해보겠습니다. 동기부여와 관련된 변수는 과제 맥락의 중요성, 달성 후 예상되는 이익,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유추한 가능성, 과제 달성을 위해 투입되어야 할 시간과 노력, 지연 성향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항목들과 동기와의 관계를 정리해서 아래 관계식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동기를 결정하는 요소들

여기서 k는 비례상수입니다. 실제로 이 요소들이 동기와 어느 정도 비례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세분화한 이유는 동기를 높이기 위해 어떤 요인을 조절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먼저, 우리가 조절하기 힘든 요소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맥락의 중요성(t)'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값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중요성이 무뎌지기 마련이죠. '보상 기대치(t)'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당 3만 원 버는 꿀알바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피곤하고 지루해지면 덤덤해집니다. 당연한 보상이라고 느끼기도 하죠. 이 두 항목은 과정 전체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이나 환경에 따라 변하므로 주도적으로 조절하기 힘들죠.


예상 비용, 예상 시간, 노력의 강도는 주로 환경이나 능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조직 공동의 목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정해진 틀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적습니다.


평생 게으르게 살아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모습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지연 성향을 고치는 것 또한 쉽지 않죠.


가능성이 동기 조절을 위해 통제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다.


남은 건 '가능성'입니다. 가능성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동기부여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 하나만 조절할 수 있어도, 가능성을 무한대로 수렴시키는 방식으로 동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을 높이는 첫 번째 방법은 타협입니다. 시간이 부족해도 완료하고 싶다면 결과물의 퀄리티를 낮추는 겁니다. 목표를 낮추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전체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바로 단계별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죠. 최종 목표를 단계별 목표로 쪼개면, 매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목표의 난이도는 낮아집니다.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지만,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는 유지됩니다.


가능성을 높이는 마지막 메커니즘은 서두에 언급한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이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자유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죠. 자유의 방점은 목표나 보상이 아닌, 행위 그 자체에 있습니다. 행동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행동 자체가 목적이자 목표가 됩니다. 즉, 행동 그 자체로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죠. 그러면 가능성은 100%에 수렴합니다.


요약하자면, 동기를 높이기 위해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은 가능성입니다. 목표를 낮추거나 단계를 세분화하거나 자율성을 보장하는 구조라면 가능성을 높여 동기를 북돋울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율성의 효과가 매우 강력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스스로를 촉진시킬 Self Facilitation 프로세스에 어떻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지 고민하는 일입니다.


참고문헌


이번글의 참고문헌은 본문에 기재하였습니다. 뇌과학 관련 정보는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에서 주장하는 작업기억 게이트(Working Memory Gate)를 바탕에 두고, 기타 뇌과학 관련 정보들로 보충을 해서 제 나름대로 해석해본 내용입니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술적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글


다음글은 지금까지 논의를 바탕으로 Self Facilitation 워크플로우의 지향점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