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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희 Jun 20. 2024

간절한 임신...

시험관 시술 하루전 테라피


<타로선생님의 간절한 제안>

“선생님, 안녕하세요. 있잖아요. 오늘 10년째 불면이라는 산모를 잠재워버렸어요….”

동네 단골 타로샵 문을 열며 짧은 인사 뒤 내가 말하고 싶은 본론부터 시작하며 들어간다. 

이 곳은 내 마음의 해우소 같은 곳이다. 또 새롭게 알게 된 건강정보나 테라피 지식을 동네 지인들에게 신나게 풀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고객이기도 하다. 

“진희씨, 잘왔어. 이야기 할게 있어. 그 이야기는 이따하고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오늘은 뭔가 타로 선생님의 이야기가 급한듯 해서 나의 주제를 뒤로 미루었다.

“진희씨, 우리 샵에 oo알지? 그 친구가 임신을 꼭 하고 싶어하는데 배가 엄청 차데.”

“아, 몸이 순환이 잘 안되나봐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이번에 시험관 시술을 하러가기 전에 사주를 보러 갔더니 배가 많이 차다고 이번에 아이를 가지기 힘들거 같다고 했데.”

“엥? 아기를 빨리 가져야 하나요? 마음이 급한가봐요? 사주까지 보러 간거 보면…”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어리둥절해질 수 있다. 시험관 시술이야기에 사주본 이야기가 어떻게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임신이 정말 간절한데 마음대로 아기가 갖기 어려운 경우가 되면 어디에라도 물어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 정도로 임신이 정말 간절하니깐. 

“그래서 말인데, 내가 남아있는 테라피 티켓 1회 있잖아. 그거 oo가 대신 받게 해도 될까?”

“당연히 되지요.”

“진짜? 사주에서 그렇게 나왔다니깐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 이야기들으면 시술 받으러 가면 oo이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어. 이렇게라도 해서 시험관시술 받으러 가면 내 마음이 편해질거 같아. 그리고 유산을 6개월 전에 한번 했거든”

엄마도 아닌데 이런 타로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유산까지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내가 oo에게 진희씨 연락처 알려줄께. 고마워. 잘 부탁해”


<시험관시술 하루전 테라피>

우리는 바로 만났다. 그 다음날이 시험관 시술이였기 때문이다. 

본래는 난임 시술 직전에는 어떠한 관리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몸의 상태를 평상시 알고 지낸 지인들 같은 경우, 시술 4일전까지는 테라피를 진행한다. 특히 시술을 실패하고 1,2번씩 유산하고 나면 부종과 통증이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아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한다. 또, 스트레스지수도 상당히 높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야 되겠다란 생각에서다. 그런데, 시험관 하루 전날 테라피를 한 경우는 나도 처음이라 조심스러웠다. 혹여 잘못되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oo님, 타로 선생님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준비하고 있었어요. 우리 오늘은 임신 그런거 생각하지말고 편히 쉬러 왔다 생각하고 관리 받으세요. 진짜 릴렉스 많이 될거에요.” 

많은 대화가 필요없었다. 아기를 갖기 위해 애쓰고 걱정하고 했던 긴장감을 모두 내려놓게 해주고 싶었다. 아기를 갖는데 내 테라피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나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유산 후 첫 아기에 대한 죄책감과 임신이 다시 또 될지 안될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었을 몸과 마음에 따뜻한 휴식을 충분히 주고 싶었다. 

온 몸에 온기가 충분히 스며들어 냉기와 냉습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관리를 진행하였다. 시간도 충분히 가지며 땀을 통해 냉기와 냉습이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스톤을 몸에 완벽히 밀착시켜 지그시 누르고 천천히 돌리며 근육의 이완을 느꼈다. 편안한 호흡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등과 흉곽에 연관된 근육들에 더욱 집중하였다. 근육에서 바람이 빠지듯 스톤이 쓰윽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그 시점에 맞춰 oo는 크게 쉼호흡을 하였다. 

관리가 끝나고 양 볼이 발그레진 얼굴로 환하게 미소짓는 oo님을 보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후 결과가 너무 궁금하였지만 그걸 묻는것도 부담이 될까봐 물어보지 않았다.


<반가운 쌍둥이 임신소식>

잠시 잊고 지낸 시간이 흐른 뒤, 타로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희씨, oo 임신이래?! 그것도 쌍둥이래~오늘 병원갔다가 집에가는 길에 타로샵에 들렸다갔어”

“정말요?! 우와~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아직은 초기라서 안정을 취해야 하니깐 저는 연락안하고 있을께요. 안부만 전해주세요. “

한 여성의 임신이 이렇게 소중하다. 아직은 얼음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다.


<산전과 산후테라피까지 마무리>

5개월뒤 oo님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저 산전관리 받을래요. 허리랑 엉덩이가 너무 아퍼요.”

진짜 반가운 전화다. 아프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그럼요, 빨리 오셔야죠~당장 내일 봐요.”

유산과 난임시술의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만났던 첫 테라피와는 다르게 부담감을 내려놓고 신나게 관리했다. 아기들을 출산하기 위해 벌써부터 변한 골격으로 불균형하게 뭉친 근육들을 바르게 정렬하였다. 우리 쌍둥이들이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을 수 있도록 골반의 균형에 더욱 신경쓰며 관리를 했다. 배가 더 큰 만큼 몸무게도 많이 늘기 때문에 산모의 몸이 겪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체중관리에 집중했다. 보통 쌍둥이 경우 평균 20kg 이상 체중이 증가한다. 체중 증가로 지방세포가 올라가면 호르몬 불균형과 직결된다. 주위에서 몸에 좋은 것들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대로 먹게 되면 체중만 느는 것이 아니다. 임신 기간 동안 심리적인 불균형 증상이 나타난다. 

또, 우리 둘의 수다로 한시간 관리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한주에 한번씩 산전관리를 위해 만났다. 

“언니, 걸을때와 누워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꿀때마다 아펐던 엉덩이 통증이 사라졌어요.”

한주한주 커져가는 oo의 배를 지켜보는 나는 마음이 이렇게 뿌듯할 수 가 없었다. 또, 다른 산전관리때와는 다르게 마음이 더 들떠 테라피를 했던거 같다. 드디어 37주가 되었다. 한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정확히 테라피실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나의 책임감도 커져 갔다. 어렵게 얻은 아기이니 하루 하루 얼마나 진심을 다했고 그만큼 효과도 확실했다. 

“언니 덕분에 몸무게도 12kg밖에 안늘고 오히려 아기 가지기 전 컨디션보다 더 좋게 지낼 수 있었어요. 쌍둥이 출산 잘하고 올께요. 저 조리원에서 마사지 안받고 퇴실하고 언니한테 받으러 올꺼에요. 산후조리도 부탁해요~.”

이렇게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할 뿐이였다. 출산을 하고 oo님의 산후관리까지 진행하였다.


지금은 살림과 육아로 지칠 때마다 테라피로 만난다. 

벌써 7년전, 쌍둥이들은 이제 7살이 되어 동네 개구쟁이들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제 쌍둥이 엄마는 시시콜콜한 일상의 궁금증을 풀기위해 타로를 재미삼아 보고 있다. 그 전에는 임신이 고민 주제였다면 이제는 이 쌍둥이들 공부, 키, 장난이 고민 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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