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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희 Jul 01. 2023

왜 아무도 제대로 된 출산준비를 알려주지 않죠?

‘똑똑똑’

실핏줄이 다 터져버린 얼굴과 눈

한 쪽 손은 허리에. 걸음걸이는 어기적 어기적...

세상 가장 무거운 몸을 끌고 새로 입실한 산모가 테라피 실로 들어온다.

관리 베드에 눕는 것조차 너무 힘겨워 보인다.

“산모님, 출산 축하드립니다. 지금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실까요? ”

사실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충혈된 두 눈, 모세 혈관이 다 드러난 얼굴. 그런데 치골 위쪽엔 수술 흉터 밴드가 보인다.

자연분만을 너무 오랫동안 시도하다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한 최악의 출산 케이스다.


출산까지도 힘겨운데 더 고통스러운 건 출산 후다. 몸도 마음도 힘겨운 산모는 견딜 수 없는 허리 통증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한 5일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자연분만 시도할 때 힘을 너무 줘서 관절이랑 피부가 다 아픈데 병원의 침대까지 딱딱해서 등까지 아파요.”

산모의 몸을 살펴보니 온몸에 발진과 멍투성이다.


관리 차트에 하나하나 산모의 몸 상태를 체크해나간다.

임신전부터 지금 테라피실 오기까지 산모가 거쳐온 10개월 이상의 시간을 빛의 속도로 시뮬레이션해 본다.

눈과 얼굴의 혈관이 다 터질 정도였다면, 출산 당시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배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평소에 허리와 골반, 엉덩이 부분의 뼈와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모님, 본래 허리가 아프지 않으셨을까요?”

“네, 임신전에는 허리가 가끔 아팠는데 임신 기간에는 엉덩이를 누가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걸 의사선생님은 환도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출산해야 났는다고들 해서 참았어요. 그런데, 제가 괜히 자연분만 욕심부렸나 후회돼요.”


올바른 산전 산후 관리를 알아두면 여유 있게 출산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어서 우리 산모들이 너무 아프다.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산모에게 테라피를 시작한다. 얼마 되지 않아, 산모의 작게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제야 나는 마음이 놓인다.



https://youtu.be/DbGkebDOe2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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