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0편의 한계에 부딪히다.
여태 몰랐다. 브런치북이 30편이 마지막이라는 걸.
원래는 내년 입춘까지 25년 겨울 하루 한편 시리즈를 내려했는데, 브런치북의 편수 제한으로 인해 30편으로 마감을 하게 되었다.
하루 한편 은퇴와 투자와 AI의 이야기로 나름의 미래 준비를 담아보려 했었는데,
비록 한 달이었지만, 하루 한편을 감당해 내기 위해 꽤 정성과 공을 들였어야 했고, 마침 이야깃거리가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 30편의 시리즈 마감을 하게 되었다.
동지는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날이다. 반대로 이제부터 낮이 길어진다는 희망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동지를 기점으로 내 글쓰기도 이제 턴어라운드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하루 한편 25년 겨울 편을 집필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은퇴에 대해 달라진 시각이다.
이 연재 시작 전의 내겐 은퇴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재무적인 준비였다. 어떻게 하면 보다 재정적으로 여유롭고 자녀의 독립까지 잘 뒷받침해 줄 만큼 재산을 불릴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인생 선배들의 은퇴 후기를 접하면서 재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 몸의 건강임을 알게 되었다. 건강한 몸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나오고, 건강한 마음에서 행복한 인생이 만들어진다는 너무도 상식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제 한결 가벼워졌다. 재무적인 준비가 조금 더 천천히 가더라도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더 챙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퇴를 설계한다는 것 역시 다른 방향이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설계는 다분히 재무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었다. 건강과 마음은 기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건강과 마음에 대해서는 굳이 현재보다 더 준비해야 할 게 있나라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다.
아직 노화가 본격적으로 내 삶에 등장하기 전이라 이런 안이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 등 오랫동안 몸을 서서히 망가뜨려온 병들을 내 몸에서 몰아내야 할 시간이다. 지금 이때를 놓치면 내겐 건강한 30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화와 합병증이 오기 전에 미리 알게 되어 다행이고, 26년은 이를 실천으로 옮겨야 할 시간이다.
어쩌면 브런치북의 30편 제한은 제게 '이제 글은 그만 쓰고 몸을 돌보라'는 하늘의 뜻인지도 모를 일이다.
재무적인 숫자에 갇혀 있던 시야가 건강과 마음으로 확장된 것만으로도 지난 한 달은 제게 기적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부자 아빠'보다는 '건강한 아빠', '여유로운 선배'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들을 해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얻은 땀방울 섞인 깨달음들을 다시 이곳 브런치 마을에 나누고 싶다.
새로운 턴어라운드를 지켜봐 주십시오.
모두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