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사회적 관계 변화, 소득의 감소가 동시에 닥칠 때의 어려움
퍼펙트스톰이란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각 악재 사이의 시너지가 증폭되어 큰 위기로 다가오는 현상을 말한다.
젊은 날의 퇴직은 그저 사회적 관계의 변화, 즉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삶이 개인의 삶으로 전환되는 사회적 관계 변화에 국한된다면, 노년의 퇴직은 그 사회적 관계의 변화가 노화라는 생리학적 현상가 동반되어 진행된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명함으로 살아가던 인생에서 개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으로의 변화는 처음에는 큰 위축감과 존재감의 부재 등으로 인해 심리적 상실감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젊음은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에 대응할 힘을 준다. 다시 추스르고 미래를 개척할 에너지가 "젊음" 그 자체에서 비롯될 수 있다.
하지만 노년의 퇴직은 평생 젊은 몸뚱이로 살아왔던 그 자신감의 근원인 몸의 노화를 함께 겪게 되기 때문에 더 극복하기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퇴직 이전에 노화 자체가 우리의 삶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침침해지며,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는 현상이 나날이 심해진다면, 그 몸뚱이에서 비롯된 삶의 자신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개는 노년의 퇴직은 생리학적 노화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내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험으로 인해 젊을 때만큼의 생산성을 못 내는 상황에서, 퇴직이라는 사회적 관계의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경우 몸의 자신감과 관계의 자신감이 동시에 저하되어 인생의 퍼펙트 스톰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거기에 더불어 삶을 지탱하는 소득의 토대도 줄어드는 상황은 이 인생의 폭풍우를 더 크게 만들 것이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은 퇴직이 가져다 줄 노년의 퇴직 퍼펙트 스톰의 본질일 것이다.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건강과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마인드셋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누구나 조직 내에서의 더 큰 성장을 꿈꿀 수 있고, 그를 위해 본인의 마지막 젊음의 불꽃을 태울 수 있다.
그 결과가 본인의 원대로 되던, 안되던, 은퇴와 노화는 언젠가는 닥쳐올 필연이다.
그렇다면 이 퍼펙트스톰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폭풍은 돛을 꺾기도 하지만, 숙련된 항해사라면 그 바람을 이용해 더 멀리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는 50대까지는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을 함께 살아가야 할 몸을 더 소중히 다루고 특히 근력을 키워서 노화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노후를 지탱해갈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기둥이 될 것이다.
필자 역시 아직 신체 노화 현상을 본격적으로 겪진 않았지만, 근육을 키우고 체중을 조절하는 것을 새해의 가장 큰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둘째는 본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조직의 명함은 길어야 10년 이상 더 사용되기 힘들다. 조직의 명함을 벗어나 개인의 이름으로 살아갈 준비와 워밍업을 40대 후반부터는 해야 한다.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 것인가? 막연한 은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은퇴를 제대로 준비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은퇴설계자라고 이름 지었지만, 아직은 제대로 은퇴 설계를 할만한 역량도 안되고, 준비도 부족해 보인다.
처음에는 그저 재무적인 준비 관점으로만 은퇴 이후를 바라봤는데, 막상 은퇴 이후 삶을 살아가는 선배들을 살펴보니 재무적인 부분은 전부가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마인드, 그런 마인드에서 우러나는 사회적 관계, 그로 인한 몸과 마음의 건강, 이런 부분들이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부분이었다.
개인의 이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연습을 하기에 브런치는 참 좋은 공간이고, 글쓰기는 최고의 훈련 Tool이다. 브런치를 만난 건 내 인생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셋째는 소득의 감소를 대비하는 소비 습관을 만들고,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노화와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좌절감에 소득까지 감소하니 자신감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야 말로 인생의 구원투수인 "돈"이 꼭 필요한 순간이다.
40대 중반 이후 자녀 교육비와 주택 구입에 꽤 많은 지출을 하는 보통의 우리 세대에게는 은퇴 이후의 현금 흐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먼저 은퇴한 인생 선배들의 공통적인 조언을 반드시 새겨서 먼저는 소비의 경량화를 체화시켜 놓고 헛으로 새는 돈이 없는 가정 경제를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 줄어든 소득이 삶을 초라하게 만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명함을 내려놓고 거울 속의 늙어가는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그 낯선 순간이 퍼펙트 스톰이 되어 우리를 삼키게 둘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노련함을 증명할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지금의 우리 손에 달려 있다.
40대 후반,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당장 스쿼트 한 개를 시작하고, 나를 정의하는 키워드 하나를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생의 후반전, 우리를 기다리는 폭풍 너머의 평온한 바다를 기대하며, 함께 이 길을 걸어갈 동료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