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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07. 2024

욕심-양치

검지로 욕심 청소하기

양치를 하려고 거울을 보다가

입술을 길게 억지로 찢고

검지도 길게 뽑았다


어디부터 닦을까 고민을 한다


내 치아 사이사이에는 욕심이 그득그득 껴 있다

더러운 줄도 모르고 차마 못 버린 것들이

여기저기서 주워담은 먼지들이 입 안을 다 채워서

세상에 내 입을 내보이기 부끄러워졌다

말을 하는 법도 잊었다


하필이면 내 입은 깨끗한 척 연기를 잘했다

남들의 더러운 입을 보고 쯧쯧 혀를 찼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부끄러워졌고

점점 더 더러워졌다


더 많은 욕심을 담으려고

치아 사이를 끝도 없이 벌려 놓았다

아픈 줄도 모르고


그래도 나는 검지가 긴 사람이라

마음만 먹으면 입 안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


거울을 본다

벌어지지도 않는 입술을 두 손으로 붙잡고 청소를 한다

아픔을 참는다

손톱 사이사이에 검어진 욕심이 묻어나온다

텅 빈 입이 어색하다


흐르는 물에 검지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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