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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13. 2024

언어-소유욕

입으로 말을 삼키는 꿈

활자 위에

콕,

몽당연필로 점 하나를 찍고

빙글,

연필 끝을 한 바퀴 크게 돌려서


원 안에 들어오는 말들을

다 삼키고 싶다


씹지도 않고 입 속에 굴리다가 한 번에 삼켜서

뱃속에 꾹꾹 눌러두고 싶다


말만 먹어도 하루종일 배가 불렀으면 좋겠다

종이를 통째로 집어삼킨 것처럼



근 한 달간 소설책을 펴보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 소설을 좀 읽어보려고 여름에 읽다 만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폈다. 좋은 문장이 쏟아져 나와서 밑줄을 치기 시작하는데, 한 번 치기 시작한 밑줄이 끝나지를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경탄해 마지않으며 이럴 바엔 그냥 이 페이지 전체를 다 삼키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삼킬 수 없다면 훔치고 싶다. 델리아 오언스는 신으로 한 번, 인간으로 한 번 살아본 사람 같다. 자연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하나의 문맥으로 직조해내는 능력에 있어 그를 뛰어넘는 작가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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