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Oct 31. 2024

어긋남

이제부터 슬픈 표정을 하겠습니다,

말하는 나는 이미 슬프지 않고

이제부터 눈물을 흘려보겠습니다,

말하는 나는 이미 꽁꽁 얼어붙었고


너의 꼬리를 붙잡으려는 족족 나는 실패하여

기꺼이 미련 없이 보내주면은 언젠가

묵묵히 제 방을 찾아와서는 그동안 왜 나를 찾지 않았나요,

원망하는 너의 말에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철컥 방문을 걸어잠근다


때늦은 슬픔은 번번이 나를 울리는 데 실패하고

주인을 찾지 못한 울음은 울멍울멍 덜 녹은 수면 위를 떠돈다


내일 아침 방문을 열면

문 앞에 여전히 네가 있을까

문틈으로 기어이 너는

새어나와 봄을 만들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