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God) 생(生), 어떻게 생각해?

현 사회를 살아남기 위한 행위를 예쁘게 표현한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by 아샷추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지나가기 위해서는 구멍의 크기보다 작은 단면의 실이 필요하다. 힘들게 꿰어진 실로 천과 천을 연결하려면 실은 길이가 매우 길어야 할 것이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다. 갈수록 미세해지는 취업의 구멍을 넘어가기 위해서 청년들은 이력서의 두께를 늘리거나, 무수한 자격증으로 자신의 몸을 가늘게 늘리거나 실의 소재를 변경한다.


계속해서 몸집을 늘리는 이도 있지만, 아무리 늘려도 찾을 수 없는 바늘구멍과, 설령 찾았다고 한들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포기를 하는 이도 존재한다. 청년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좌절하는 건 물론이고, 지치고 만다. 그렇기에 미래를 준비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만을 추구하고 사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하다. “모르겠다.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순간의 행복만을 좇는 모습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현재의 본인은 행복하니까.


이런 이도 있다. 자신의 삶을 혐오스러운 인생이라는 말을 줄인 단어인 ‘혐생’이라고 여기며 깎아내린다. 갈고닦으면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혹은 더 값비싼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본인을 가만히 놔둔다. 아니, 다시는 찾아볼 수 없도록 땅 속에 장비와 자신을 가둔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광물들도 손질을 거치지 못하면 그저 돌덩어리일 뿐이다. 어떻게 다듬고, 모양을 손질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을 ‘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삶을 ‘혐생’이라 지칭하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그의 미래는 좋아질 수가 없다. 그러니 비록 힘들고, 지칠지라도 무거운 발걸음을 꾸준히 내딛는 게 중요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우등생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았고, 좌절을 겪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나를 발전시키고 한 걸음을 뗄 수 있도록 의지를 불태웠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의지만 불태우지 막상 실행에 옮기는 게 참 어렵다. 그럴 때면 학창 시절에 기록했던 스터디 플래너를 꺼내보곤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도 열심히 살았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남이 봤을 때에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고, 자정 넘어 취침.


“3~4시간 이후에 알림이 울립니다.”


라는 알람 설정 글귀를 마지막으로 잠에 들었다. 요즘은 미라클 모닝이라며 일찍 일어나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게 유행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나는 미라클 모닝 중독자일지도 모른다. 사실 학생 때야 공부만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니 습관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다. 공부를 하다 잠이 오면 잠시 엎드려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부족하면 친구들과 교실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바깥공기를 맡으며 공부를 하고 싶으면 책을 들고 복도로 나갔다. 항상 어른들은 공부할 때가 좋은 때라며 얘기를 해줬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해야 할, 하고 싶은 일과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일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생’이라는 말도 등장하게 된 것 같다. 밸런스를 한 번 잘 맞춰보자는 의미에서 등장한 게 아닐까. 우선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영어 ‘GOD’와 인생(人生)의 ‘生’을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늘어지기 쉬운 하루를 알차게 살아간다는 뜻으로, 최근 MZ세대에겐 성실과 꾸준함의 아이콘으로 쓰이고 있다. 실제로 SNS에서는 갓생을 살아가는 자기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챌린지나, 인증 전용 계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어 자체에 ‘GOD’가 들어가서 갓생을 산다는 건 힘든 일이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MZ세대의 ‘갓생살기’란 보기보단 어렵지 않다. 하루에 적어도 영어 단어 20개 이상 외우기, 전공 공부하기 등 학습적인 분야도 가능하지만, 물 많이 마시기, 가벼운 운동 10분 이상하기 같이 일상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행동도 속한다. 일상의 작은 행동이 모여 갓생을 구성하게 되는 거다. 설령 계획했던 모든 목표를 지키지 못하였다고 해도 괜찮다. 모두를 지키지 못하였다는 상실감에 집중하기보다, 그런데도 해냈던 목표들에 집중해 자신을 다독여주는 것이다.


갓생살기를 지속 해내가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해결하는 모습에 자신감이 든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는 없듯이,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조정하거나 취소해야 할 때가 생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좌절에 빠지거나, “역시 나는 안 되나 봐.”하고 낙담할 수 있다. 적당한 목표 의식과 추진성은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지만, 이에 과도한 집착이 더해진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지 적당히 했을 때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정도가 심해진다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역효과를 낸다. 갓생살기도 그러하다. 그렇기에 실제로 하루를 알차게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얽매어 한 순간의 쉼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갓생살기는 치열한 경쟁사회에 내몰려진 청년들이 꺼낸 묘수가 아닐까? 평소의 일상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여기에 플러스알파를 꺼내는 것이다. 충분히 본인의 생활 루틴에 따라 잘 해내고 있으면서, “이게 최선이야?” 끊임없이 쥐어짜 내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적당한 압박은 긴장감을 줘 발전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우리는 잘 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더 궁지에 몰고 있는 건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