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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 짓는 타자기 Dec 31. 2022

새해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볼까

  새해에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청소도 자주 하고 건강하게 챙겨 먹기를. 창틀의 먼지를 털 땐 잊지 말고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턱걸이를 열 개 넘게 하기를. 웃을 거면 활짝 웃고 웬만하면 울지 않기를.

  

  좋은 버터와 고기로 한 달에 한 번은 스테이크를 해 먹기를. 반드시 Y랑 함께 먹기를. 안 그러면 서운해할 테니까. 먹은 뒤엔 오 분 내로 양치하기를. 구석구석 삼 분 이상 하기를.

 

  축구 볼 땐 맥주를 빼먹지 않기를. 칭따오든 기네스든 냉장고엔 항상 맥주가 있기를. 국산 맥주는 없기를. 그리고 가끔은 엄마를 위해 건배하기를.


  새로 산 원목 책장에 좋아하는 책이 가득 차기를. 맨 왼쪽 위 칸엔 버섯 조명을 올려 두고 그 옆 칸은 동화로만 채우기를. 내가 쓴 책은 민망하니까 반대로 꽂아놓고 잊어버리기를. 다음에 쓸 책을 위해 한 자리는 비워 두기를.


  새해에는 주식이 떡상해서 동물 복지 계란을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기를. 길 가다가 어깨빵을 당해도 씩씩거리지 않기를.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세게 주먹 쥘 일이 없기를. 조금 덜 냉소하고 남한테도 나한테도 너그러워지기를.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러기를. 푸틴과 김정은, 민 아웅 흘라잉을 포함한 모든 독재 국가의 독재자가 물러나고 당신들의 나라가 좀 더 유머러스한 국가가 되기를. 그리하여 이 창백한 푸른 점이 만들어낼 웃음소리가 먼 우주의 낯선 존재에게까지 가닿기를.


  마지막으로 새해에도 ‘새해에는’이라는 문장으로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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