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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월 May 30. 2024

어떤 말을 하기 위해 영원히 침묵하는 것

시 | 변명을 위한 변명


그래 너 없던 그때
달이 심장 위로 뜨던 밤에
우리의 도주가 조금 더 밝은 빛이기를 바랐는데

이제는 그 어떤 말도 아니지만
산새가 시끄럽게 울어대긴 하지만

이윽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됐을 무렵
네가 찾아와 말했다
마치 산새가 울듯이

얼마 뒤, 너마저 말을 잃어버렸을 때
아니, 네가 더이상 언어에 갈증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제야 펜을 잡았다

그렇게 완성한 것은 하나의 시
그들은 무슨 말이냐고 묻겠지만
시는 본래
어떤 말을 하기 위해 영원히 침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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