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날 때 아주 큰 이민가방 한 개를 들고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추가 요금도 내고 힘들게 가져온 가방이 모스크바 공항에서 바퀴가 부서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저는 이번에 대한항공을 타고 미국에 왔는데, 대한항공 일반석의 경우 23kg 수하물 2개를 무료로 부칠 수 있습니다(미주 한정).
제가 가는 곳은 겨울 옷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다른 분들보다는 짐이 조금은 적었지만 한국어로 된 전공 교과서들을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로 보는 것보다 한국어로 읽는 것이 이해의 정도나 속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전공책들은 아무래도 무겁기 때문에 수하물로 가져가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조금 두꺼운 옷들과 당장은 신지 않을 신발, 정장류 등도 직접 가져가기에 어려움이 있었죠.
다른 배송서비스들도 있다고 들었으나 저는 아무래도 공적(?)이라 조금 더 신뢰가 가는 우체국 선편택배를 이용했습니다. 6월 28일에 한국에서 3개의 박스를 발송했고 8월 26일 정도에 받았으니 약 2개월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받을 주소가 있어야 하고 미국 전화번호도 기입해야 합니다. 당시에 저는 미국 번호가 없어서 미국에 사는 친구의 번호를 적었는데, 결과적으로 전화가 오진 않았다고 하네요.
선편 택배로 보낼 수 있는 박스는 우체국 5호 박스가 최대이며, 20kg 이하여야 합니다. 예약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예약 없이 인근 우체국에 방문하여 접수하였습니다. 통관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내는 물품의 HS code를 알아야 하는데 우체국에 관련 내용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20kg 박스 3개를 보내는 데 약 27만 원 이하가 들었습니다 (박스당 9만 원 이내).
배송하면 송장에 있는 트래킹 번호를 이용해서 한국 우체국이나 미국 우체국 홈페이지(USPS)에서 추적이 가능합니다. 저는 미국 서부로 배가 도착할 줄 알았는데, 뉴욕으로 도착했고 배가 도착했다고 한 지 1주일 이내로 최종 배송이 되었습니다. 박스가 훼손될까봐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박스 상태는 괜찮았습니다. 박스 테이프로 꽁꽁 싸멘 효과가 있던 것 같네요. 쿠팡에서 중포장용(?) 박스 테이프도 샀는데 조금 더 튼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중간에 이슈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제가 한국에서 보냈던 주소에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특이한 게 3개 박스 중 1개는 이전 집 현관 앞에 배송이 되었고, 나머지 2개는 받을 사람이 없다며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전 집으로 배송된 박스 1개는 전 집주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아 바로 찾아왔습니다.
나머지 2개가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미국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주소변경 서비스(Change of address)를 신청하고 재배송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택배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대신 관할 우체국에 Customer pickup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제가 우체국에 가서 직접 픽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여러모로 주변 분들께 신세를 많이 졌네요.
미국에 온 지 3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적응도 거의 다 해가고 수업도 아직까진 생각보단 들을만하네요. 이제는 차가 필요할 것 같아 중고차 구매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지도로 볼 때는 걸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긴 너무 넓고 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