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으로 경제학 대학원 코스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영어 성적과 GRE 성적이 필요합니다. 영어성적은 외국인으로서 영어로 진행되는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격을 증명하는 의미입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시민권자이거나 영어권 국가에서 학부를 마친 경우 시험은 면제됩니다. GRE는 쉽게 설명하면 대학원용 수능 같습니다. 토익과 토플로 유명한 ETS에서 주관하고 대학원 과정에서의 수학능력을 언어추론(Verbal Reasoning), 수리추론(Quantitative Reasoning), 분석작문(Analytical Writing) 분야로 평가하죠.
GRE는 성적 제출이 불필요하거나 선택사항인 곳도 있지만, 영어시험 성적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이것이 입학결정 여부에 결정적인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가 많지만요.
1. 영어성적 : 토플(TOEFL) 또는 아이엘츠(IELTS)
영어시험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토플이나 아이엘츠 성적을 인정합니다. 토플은 미국시험이니 미국에서 더 많이 인정되고 영국, 호주 등이 연합해서 만든 아이엘츠 성적은 영국 대학교에서 주로 인정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대학원의 경우 토플을 선호한다고 명시하거나 아이엘츠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미국 대학원만을 고려한다면 토플을 보는 것이 보다 경제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토플은 $220, 아이엘츠는 23년 8월 기준으로 286,000원이니 주머니 상황이 넉넉지 않은 유학 준비생들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시험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시험 모두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로 구성되며, 토플 iBT 기준으로 120점 만점, 아이엘츠는 9점 만점입니다. 각 대학원 별로 최저로 제시하는 점수대가 다양합니다. 소위 말하는 탑스쿨은 토플 총점 110점 정도를 제시하고, 제가 본 가장 낮은 점수는 79점이었습니다. 아이엘츠는 점수밴드가 토플처럼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6.0점에서 7.5점 사이를 많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7.5점을 미니멈으로 제시하네요.
학교별로 다르지만 각 영역별로 하한을 설정하거나, 특히 말하기 영역에만 하한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히려 등수가 낮은 학교일수록 말하기 영억에 대한 하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는 데, 아마도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Teaching assistant를 맡겨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두 시험 모두 4개의 영역을 보는 것은 동일하지만 시험 스타일은 조금씩 다릅니다. 토플은 주로 PC로 시험을 보고 아이엘츠는 종이로 보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토플의 경우 거의 전 영역이 학술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는 데에 반하여 아이엘츠는 아카데믹 모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내용이 더 많이 출제되는 것 같습니다.
각 영역별로 비교해 보면, 읽기와 듣기의 경우 토플은 전부 객관식, 아이엘츠는 주관식과 객관식이 섞여 있는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객관식이 무조건 더 쉽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찍어서 맞출 확률은 조금 더 있겠네요. 토플 듣기는 대화나 강의 등을 길게 쭉 들려주고 관련 내용을 종이에 받아 적은 뒤 이후에 제시된 문제를 푸는 방식입니다. 아이엘츠 듣기는 토익처럼 듣기와 문제풀이가 거의 동시에 진행됩니다. 읽기는 모두 비슷한 것 같으나 토플은 역시 생물학, 지질학 등 학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모두 객관식입니다. 물론,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도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 같습니다. 아이엘츠는 주관식이 포함되어 있고 조금 더 일반적인 지문이 출제됩니다.
쓰기 영역의 경우 토플과 아이엘츠 모두 2문제가 출제됩니다. 토플(23년 7월 개정)은 지문을 읽고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강의(또는 대화)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강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로 출제됩니다. 그래서 통합형이라고 부르더군요. 두 번째 문제는 23년 7월에 새롭게 변경된 내용인데 토론형이라고 해서 두 사람의 상반된 의견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아이엘츠 아카데믹도 2문제를 출제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도표나 지도 등을 주고, 이에 대한 설명을 적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는 간단한 주장이나 명제를 주고 의견을 묻습니다. 두 번째 문제의 배점이 더 크고 분량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두 시험 모두 시험형식이 나름 지켜져 있고 템플릿 사용이 보편화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망의 말하기. 토플은 총 4개의 꽤 정형화된 문제를 출제합니다. 첫 번째는 간단한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죠. 두 번째는 짧은 지문을 주고 이에 관련한 대화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요약하면 됩니다. 통합형 쓰기 문제의 말하기 버전 같네요. 세 번째도 유사한데 학생들의 대화보다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려주고 그 강의를 요약하면 됩니다. 제일 많이 버리는 파트라고 하네요. 마지막 문제는 지문 없이 바로 강의나 대화를 들려주고 요약해서 말하는 문제입니다. 토플은 시험 유형이 정해져 있고 템플릿을 외워서 시험 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오픽 말하기 시험처럼 PC에 녹음하는 방식입니다.
아이엘츠 말하기는 원어민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형식입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끝으로 갈수록 어려운 내용들이 나오죠. 총문제가 3문제라고 하는데, 2번째 문제를 시작할 때 관련된 주제를 살짝 보여줍니다. 다만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갈 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더군요.
정형화된 틀에 맞춰 시험을 보는 것을 선호하면 토플, 조금 더 자연스러운 말하기를 선호하면 아이엘츠를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2. GRE
앞서 이야기한 토플이나 아이엘츠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였다면 GRE 성적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됩니다. GRE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고, 대개는 없으나 주로 MBA 진학 시 제출하는 GMAT 제출이 가능한 학교도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들은 Option인 곳이 2곳이고 나머지는 모두 필수로 요청하네요.
GRE는 GRE General과 각 과목별로 GRE Subject가 있는데, 경제학 박사과정을 기준으로 GRE Subject를 요청한 경우는 못 봤습니다.
GRE는 총 3파트입니다. 언어추론(Verbal Reasoning), 수리추론(Quantitative Reasoning), 분석작문(Analytical Writing). 작문을 먼저 보고, 언어추론과 수리추론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더미 파트라고 해서 채점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데 23년 9월부터 더미 파트가 제외되는 등 개편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4시간 시험이었는데 2시간으로 준다고 하여 저도 9월 개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어와 수리는 130점에서 170점 사이의 점수로 제공되고 백분위 점수가 함께 나옵니다. 작문은 5점 만점으로 채점됩니다.
지원하는 학과에 따라 언어와 수리 중에 강조되는 분야가 다르다고 하네요. 경제학의 경우는 언어보다는 수리추론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합격자들이 평균적으로 GRE를 몇 점이나 받았는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히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는 155~160 사이, 수리는 165에서 168 정도가 많이 분포하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Verbal Reasoning. GRE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이 파트의 악명 높은 단어 수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단어 공부가 곧 GRE 공부라고 하더군요. 전부 객관식이며 문장의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채우는 유형, 짧은 지문을 읽고 답하는 유형, 비교적 긴 지문을 읽고 답하는 유형이 있습니다. 어느 유형 하나 만만치 않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학원에서 제공하는 단어장 등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Quantitive Reasoning. 수리영역이죠. 문과라고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한국의 중학교~고1 수준 정도의 수학적 지식을 묻습니다. 몰라서 못 푸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고 문제 해석을 못하거나 수학개념에 해당하는 표현, 단어를 몰라서 틀리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Analytical Writing. 토플이나 아이엘츠 라이팅은 '영어'작문실력을 평가했다면, GRE는 영어'작문'실력을 평가합니다. 표현이나 단어 선택도 중요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사람답게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별도로 학원은 다니지 않고 ETS에서 나오는 공식 가이드북을 구매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VR은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정리하고, QR은 연습문제를 풀어보는 식으로요. AW는 ChatGPT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23.08월 저는 아이엘츠 성적을 만들었고, 지원하려는 학교들이 모두 아이엘츠를 받아주기 때문에 토플은 보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둘 다 보려고 했는데 하나가 충족되니 조급한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들었다고 할까요. GRE는 9월 개편을 앞두고 그전에 시험을 볼 경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가급적이면 한 번에 끝내고 싶은데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면 프로모션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