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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세상 Apr 15. 2024

엄마의 시간

엄마의 향기

오랜시간 병실에 누워만 있어 욕창이 심해진 엄마에게선 내가 그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가 납니다.

그래도 나는 엄마 가슴에 코를 묻고 날마다 엎드려 있습니다.


한달에 두어번 씩 8시간가량 피를 공급합니다.

젊은 피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립니다.

피를 받은 엄마의 혈색이 아주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이 보입니다.

촛점잃은 눈동자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조금의 힘이 실린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코로 음식을 공급받는 엄마의 식도는 이미 본연의 자기 역할을 잊은 듯합니다.

혀에는 까맣게 딱지가 앉았고 거즈에 물을 묻혀 마른 입을 적셔줄 때는 무의식의 엄마도 입을 오무려 물길을 쫒고 있습니다.

잘못해서 한두 방울의 물이라도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식도가 그걸 뱉어내느라 사래가 걸리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집니다.

이미 경험한 터라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누워있는 노인네의 가장 큰 걱정은 욕창과 변비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이미 욕창이 심해 세균이 검출되었습니다.

그 세균이 혈액을 통해 몸으로 침투하면 패혈증이 되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변은 거의 날마다 관장으로 뽑아냅니다.

변이 다 배출되지못하고 가스가 차 오르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가지가 다 고통이겠지만, 무의식 엄마가 제일 고통스러워하는 건 석션입니다.

베개를 목아래에 두고 머리를 뒤로 젖힌 다음 목에 호스를 넣어 공기를 빼고 여타 잔여물들을 빼내는 시간은 차마 볼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와 대기합니다.

엄마의 고통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십여분 후 호수에 음식을 넣습니다.

엄마는 날마다 하루 세 번 저 힘든 걸 견뎌내야 합니다.

밥 먹기 전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식사시간은 즐겁지가 않습니다. 음식이 들어가는 내내 비명을 지릅니다.

이십 대 간호원이 잔혹할 정도로 냉정하고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호수를 밀어 넣습니다.


날마다 약으로 연명하는 엄마는 간수치도 좋지 않습니다. 신장도 망가져 손발이 풍선같이 부풀었습니다. 잡기라도 하면 툭 터져버릴 듯 투명하고 맑은 피부 속에 물이 기득차 있습니다. 붕대를 칭칭 동여 매 놓으면 그나마 다음날은 붓기가 가라앉지만, 그도  아주 잠깐입니다.

 

어찌해야 하나.

하루라도 더 붙잡고 싶은 내 욕심으로 이리하고 있지만 엄마에게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너무도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는 엄마를 보며 자식으로의 욕심을 앞세워야 하는지,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내세워야 하는지..

날마다 고민하는 나도 너무 고통입니다.


눈치없는 봄이 뿜어내는 꽃향기는 사방에 날리고, 이제 나는 엄마의 새로운 향기에 익숙해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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