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합니다.
이토록 평온할 수가 없습니다.
신음대신 코 고는 소리가 납니다.
바셀린 마사지 덕인지 피부도 좋아졌습니다
더럭 겁이 납니다.
병원에 오니 엄마의 양 팔이 초록끈으로 침대에 묶여 있습니다.
밤새 엄마가 정신이 든 건지 어쩐 건지 주삿바늘이며 기저귀며 식사호스를 다 빼버리며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침대는 피로 물들었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묶였습니다.
아..
이제 정신이 든 것일까요?
무의식의 깊이가 만들어낸 자동반사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잠시의 희망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팔을 움직였다는 건 어제보다는 좋아졌다는 것이겠죠..
더 좋아진다 해도 걷거나 말을 하거나 나를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적이라는 것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여전히 팔은 풍선같이 부풀었고 욕창도 나아질 기미가 없지만..
그래도.
그렇더라도,
내 이름 한번 불러주기를..
옆에 폐렴으로 입원한 할머니는 딸만 둘입니다.
다음 주면 퇴원하신다는 할머니는 건강이 많이 호전돼서 다행입니다.
이젠 과일도 잘 드시고 식사도 잘하십니다
오늘은 작은딸이 출근을 했군요.
맛이 가득한 참외를 깎아 드립니다.
내게도 한 조각을 권합니다.
나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참외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데
엄마 옆에서 나만 먹고 있자니 너무 미안합니다.
나도 과일 사다 옆 사람들과 나눠먹고 싶습니다.
그저 멍하니 앉아있다 엄마만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라 수다도 떨고 싶군요.
엄만 평소에도 말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나도 그런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엄마가 내 이름 석자 불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그리운 날입니다.
내일은 엄마가 예쁘게 앉아... 어서 와~~
하고 나를 맞이해 주기를..
희망의 끈을 슬며시 잡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