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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타 Mar 21. 2023

우리는 고양이 가족

우린 고양이 세 명일 거야.

이불이 보송보송하네~


잠자리를 분리하기 위해서 몇 달의 실패를 거듭했다.


언니와 나는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다가 잘 시간이 되면 내 방에서 함께 잔다. 녀석이 우리 집에 온 몇 달 후까지만 해도 우리는 늘 방문을 닫고 잠을 잤다. 아기고양이 때 우리 집에 온 녀석은 모든 공간을 공유해도 잠을 잘 때는 당연히 따로 자는 생활패턴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녀석은 펜스 안에 있으면서도 밤이 되면 꼭 우리가 잠을 자는 내 방 쪽을 향해 나와서 잠을 청하곤 했다. 그때만 해도 큰 의미를 두지 않을 때였다. 펜스를 개방한 후 녀석은 본격적으로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잠잘 시간이 되면 낮 시간 동안 언니 방에서 생활하던 우리 집 막고양이도 언니와 함께 내 방으로 퇴근을  했다. 우리는 녀석을 내보내고 방문을 닫았다. 녀석은 문 앞에서 문을 뜯거나 긁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르는 척하고 며칠을 보냈다. 그 사이 녀석은 집 어딘가 구석에 숨어 잠을 청했을 것이다. 새벽에 우리가 거실에 잠깐 나오기라도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뛰어나와 방문 앞이나 우리 발 밑에서 불쌍한 표정을 하고 어떻게든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녀석을 달래서 떼어놓고 방문을 닫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녀석은 아주 새끼 때 사용하던 캣타워에 턱을 괴고 있거나 방문 앞에 쪼그린 자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잤어? 난 한숨도 못 잤어.



결국 우리는 방문을 개방하기로 했다. 녀석은 밤에도 자유자재로 내 방 출입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우리가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때부터 녀석이 방 전체를 즐겁게(!) 뛰어다녔다는 것이다. 책상과 책꽂이를 넘나들며 우리의 잠자리를 방해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녀석을 안고 나가 거실에 내려놓고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방문을 열어 주었다. 울상이 된 녀석은 방문이 닫힐세라 오도도도~ 걸음으로 방에 들어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은 왜 그리 애처로운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녀석은 조금씩 우리의 수면패턴에 익숙해졌는지 바닥에 마련해 준 무릎담요 위에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는 내 의자 위로 잠자리를 옮겼다. 그러다가도 또다시 언니 손을 깨물 깨물 하거나 방을 뛰어다니며 우리의 단잠을 깨워 놓았다. 녀석을 더 이상 방 밖으로 쫓아내기 안쓰러워진 우리는 방법을 바꿔 불을 켜놓고 자보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녀석은 다시 안정이 되고 잠에 들었다. 


엄마들이랑 함께 할 수 있다면야.




요즘 우리는 불을 끄고 녀석과 함께 잠을 잔다. 녀석은 구매 후 1년 가까이 사용하지 않던 고양이용 소파를 잠자리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공간만 차지한다고 생각해서 처분하려고 마음먹었던 순간에 그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앉아보고 누워보는 등 나름의 엄격한 테스트 후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소파 위에는 깨끗한 수건 한 장을 깔아드려야 한다. 아직도 새벽에 놀아달라고 보채곤 할 때가 있다. 배가 고프다 할 때도 있고 그냥 함께 깨어있고 싶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잠깐 거실에 나가 안아주거나 달래주는 시간을 갖는다.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았다 느껴지면 유유히 사라져서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거나 다른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우리를 깨우는 녀석이지만, 녀석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 기특하고 대견하다. 지나온 시간들이 녀석에게 더 긴, 인고의 시간이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간 소통하기까지 2년 조금 안 되는 시간이 걸렸다.


난 새수건만 써! 헌수건은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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