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멈춘 시간에도 매화는 피고 있었다.
매화는 겨울끝자락에 꽃눈을 틔워 봄을 가장 빠르게 알리는 꽃이다.
소금기 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왔다.
그녀를 보려면 지금 오라고 했다.
매화라는 꽃을 피우고 매실이라는 열매를 맺는 나무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매화축제를 보러 나선 사람들로 고속도로는 이미 꽉 막혀있었다.
매화향기 흐르는 길목으로 그녀가 나를 불러낸 것이었을까.
병실 속 그녀는 지금 밖에선 무슨 꽃이 피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을까.
그녀에게 나는 내가 본 대로 매화가 얼마쯤 피었노라며 다음에는 꼭 함께 보러 가자고 말해주어야 했을까.
그녀를 너무 빨리 놓치고 말았다.
이 봄이 좀 느릿느릿 왔더라면 나는 그녀를 천천히 놓쳤을 텐데….
올봄 매화가 유난히 희고 또 푸르고 붉어서 슬픈 것은 그녀가 못 본 꽃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