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르페브르 <리듬분석> 읽는 중이다

-느림과 빠름... 일상의 시간·공간을 “듣는”다

by 일상여행자

뚜두둑 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에 비 내리는 소리였다.

아침산책 겸 우산을 펴고 길을 나섰다.

빗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도시의 음악, 일상 리듬, 끊임없는 움직임을 “듣는”다.

자연 예술가 빗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파동과 파형들이 서로 미세하게 충돌한다.

관계를 맺고, 뒤섞인다. 그 결과로 생성되는 고유한 리듬들

빗방울+풀잎들2.jpg

아침 산책에서 돌아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리듬분석(Elements de rythmanaltse)> 부제 : 공간, 시간, 그리고 도시의 일상생활 책을 읽기로 나 스스로 정한 날인데 비까지 와주다니 흠흠 좋다.


르페브르가 일상 리듬의 관점에서 다시 쓴 차이와 반복


책을 읽으며 르페브르의 사유방식 따라 나의 아침 산책길을 다시 떠올려 본다.


아침이란 ‘시간’을 따라, 그리고 집 근처라는 ‘공간’을 따라 ‘내 몸의 움직임(에너지)’에 의해 시공 간성이 변증법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생명 리듬에 귀 기울여본다.


르페브르의 마지막 저서 <리듬분석>은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92년에, 친구이자 동료인 르네 루노에 의해 출간되었다. 르페브르는 생체적, 심리적, 사회적 리듬분석의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 내재한 시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적 관계를 보여 준다.

리듬분석 책표지1.jpg
책 뒤표지.jpg
책 내지.jpg
<리듬분석>_ 부제 : 공간, 시간 그리고 도시의 일상생활, 앙리르페브르 지음, 정기헌옮김, 2013, 도서출판 갈무리 펴냄


p11 <리듬분석>은 리듬을 가지고, 그가 그토록 강조했던 현전의 삶을 규명하고 해명해야 할 당위성, 그 탐구 방법, 의의 등을 역설하고 있는 일종의 ‘연구 노트’ 혹은 ‘연구 디자인’과 같은 것이다.


p16 리듬은 반복되는(시간의 지속) 가운데 나에게만 국한된 고유의 패턴을 만들고, 이는 다른 리듬과의 차이를 만든다. 관계로서 리듬은 존재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안에서, 거리에서 도시에서, 도시에서 , 사회에서, 내 고유의 리듬을 가지고 나다움을 만든다. 리듬은 그래서 존재가 되는 것이다.


90 평생을 산 철학자 르페브르가 생애의 끝에 와서 ‘리듬’이란 화두를 들고 나온 것은 ‘존재’의 깊이를 회복해 보려는 철학자다운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계단 푸른색+흰색.jpg
KakaoTalk_20220313_184015523_01.jpg

p59.60.61 리듬의 일반적인 개념은 존재하는가? 그렇다. 그러나 각자 다른 개념을 사용한다. (...) 리듬의 영역에서는 가장 먼저 반복을 예로 들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의 반복, 재시작과 회귀, 즉 율(mesure)이 없다면 리듬도 없다. 그러나 무한하게, 동일성을 유지하는 절대적인 반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반복과 차이의 관계가 도출된다. 일상생활, 의례, 의식, 축제, 규칙과 법 어느 것이든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것, 새로운 것이 반복적인 것 속에 끼어들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차이다.


p63,64 반복은 차이를 배제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것을 만들어 낸다. 반복은 차이를 생산한다.(...) 순환적(Cyclique) 반복과 선형적(Lineaire) 반복은 분석과정에서 분리되지만 현실 속에서는 항상적으로 상호 간섭한다. 순환적인 것은 우주적인 것, 자연적인 것에서 온다. 낮, 밤, 계절, 바다의 파도와 조수, 달 모양의 변화 등이 여기 해당된다. 반면 선형적인 것은 사회적인 실천, 즉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 새벽은 항상 새롭게, 때로 멋진 모습으로 일상의 시작을 연다.(...) 순환적인 것과 선형적인 것은 상호적으로 작용한다.


p69 우리는 다른 리듬(대부분 우리 자신의 리듬, 가령 자신의 걸음, 호흡, 심장박동)과 비교해서만 하나의 리듬이 빠르거나 느리다는 것을 안다 (...) 우리 각자는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기준과 빈도를 갖고 있다.

(...) 초당 천 번의 리듬으로 날갯짓을 하는, 우리의 몸과 거의 공통점이 없는 한 마리의 날벌레는 무엇을 지각할까? 우리는 이 벌레가 내는 예리한 소리를 듣고, 우리의 피를 빨기 위해 달려드는 벌레의 날갯짓이 만드는 뿌연 이미지를 본다. 요컨대 리듬은 논리를 벗어나지만 그 안에 하나의 논리, 가능한 계산, 개수와 수적 관계 등을 포함한다.


p83 리듬분석은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형시킨다.


(...) 내 눈앞에 펼쳐진 저 정원이 조금 전부터 다르게 보인다. 나는 그것들의 리듬들을 이해했다. 나무, 꽃, 새, 곤충들, 주위 환경과 함께 이것들은 다리듬성을 구성한다. 현재(즉, 현전)의 동시성, 수천 가지의 운동들을 그 속에 품고 있는 외형상의 부동(不動) 상태다.


p85 리듬의 개념을 관점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a) 감춰진 리듬 (Rythmes secrets) : 우선, 생리적 리듬이 있으며, 심리적 리듬도 포함된다


b) 공적(즉 사회적) 리듬(Rythmes publics) : 달력, 축제, 의례, 기념, 표현으로 공표하고 드러내는 것들(소화, 피로 등)


c) 가상의 리듬(Rythmes fictifs) : 유창함, 언어적 리듬, 우아함, 제스처, 학습, 가짜 비밀, 거짓 은폐와 긴밀하게 연관된 것들(단기, 중기, 장기적 계산과 예측들), 상징적인 것!


d) 지배자-피지배자 리듬(Rythmes dominateurs-domines) : 완전히 가공된 것, 음악, 혹은 담화 속에서 자신을 넘어서는, 일상적인 혹은 영구적인 효과를 목표로 하는 것


p91 리듬 분석가는 어떤 것도 부동의 상태에 있지 않다. 그는 바람, 비, 폭풍우 등을 듣는다. 그는 조약돌 하나, 벽, 나무줄기를 관찰하면서 그것의 느림과 끊임없는 운동을 이해하기도 한다.


별자리(상하농원).jpg

p99 하늘의 성좌(星座)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 별들로부터 하나의 리듬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별자리2(상하농원).jpg

p192 음악적 리듬은 미학과 예술의 규범과만 관련되지 않는다. (...) 그것은 몸, 시간, 작품과의 관계 속에서 ‘실재적’ 삶(일상)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카타르시스를 수용함으로써 실재적 삶을 ‘정화’한다. 마침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은 일상성의 비참, 결핍, 장애에 대한 보상을 제공한다. 음악은 리듬의 기능들, 가치들을 통합한다.


p218 인간의 몸은 생체적인 것, 생리적인 것(자연), 사회적인 것(자주 ‘문화적인 것’이라고 일컬어지는)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중심 장소이다. 이 각각은 고유의 수준과 차원, 특수성을 지닌다. 즉, 고유의 시간-공간, 리듬을 지닌다.


p219 사물들(저 나무 테이블, 저 펜 등)은 정지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지구의 운동과 함께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것들은 운동들과 에너지들을 품고 있다. 그것들은 변화한다 등등. 사회적 관계도 물리적 현실과 마찬가지다. 내 앞에 정지해 있는 이 사물은 노동의 산물이다. 이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사물 속에는 상품의 모든 공정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사실들, 현상들, 즉각적인 감각들의 흐름을 넘어 서야 한다.


푸른콩+연어.jpg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푸른 콩, 연어, 블루베리 등등 그것들도 고유의 현실을 지닌다



일상의 리듬을 감각한다. 단조로움과 매일 반복되는 내 몸속의 리듬들에 새로운 생명의 리듬을 더해보기 위해 오늘도 음악을 듣고, 산책하고, 요가를 하고, 최근 시작한 일상 습관 중 하나인 드로잉을 지속한다.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나의 감각이 밖을 향해 그리고 나를 향해 열림에 감사한다.


#책 읽는 중

#앙리 르페브르

#리듬분석

#공간 시간 그리고 도시의 일상생활

#갈무리

#리듬 분석가

#생명의 리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