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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온 Feb 18. 2024

드디어 영국

3년의 시작

 이른 새벽,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자면서 오려고 일부러 밤늦게 출발하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단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영국에서 산다는 사실에 설레서였는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걱정이 되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두근대서 도무지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비행기에서 하기를 한 후에 입국심사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동시간대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입국 심사 대기줄만 1시간 넘길 기세여서 무작정 달렸다. 오전 10시 반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야 했다.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한 대기줄에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심사관은 고작 3명이 다였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를 해도 대쪽 같은 태도였다. 영국의 시간은 여유 있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래, 여기 영국이지.' 초조할 것 없다.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면 된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긋하고 여유 있게 걷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항을 빠져나와 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마도 출장을 다녀온 것 같은 차림의 한 여성분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지나갔다. 이번엔 정장 차림을 한 누군가가 전화를 하며 어디론가 바삐 걸어간다. 편안한 차림에 느긋하게 앉아 그들을 구경했다. 영국이라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는데 괜히 안심이 되었다.


 런던에서 차로 3시간 반이나 떨어진 곳이 우리의 목적지다. 배우자의 회사에서 정해준 곳이라 애초부터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선 런던을 벗어나 소와 양이 풀을 뜯어먹는 초원이 나오자 괜히 우리나라 시골이 생각나 웃었다. 그리곤 살아야 할 곳이 시골이라는 것에 다시 불안이 엄습했다.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는데 시골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영국에서의 3년.

 오늘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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