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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Apr 23. 2024

그녀의 그림자 3

꿈과 현실

오늘 신부는 유난히 눈을 많이 깜박인다. 너무 길게 붙인 속눈썹 때문인 거 같은데 눈감은

사진이 너무 많아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없고 매 번 셔터 누르는

타이밍을 신부에게 알려야 한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나면 나중에 컴플레인을 들을 확률이

높아진다. 생긴 대로 나온 사진을 보고 자연스럽지 않다고 할 것이다. 눈 감은 사진이 많으니

당연히 많이 찍을 수밖에 없고 노동의 강도는 높아진다. 그나마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있으니

재차 확인을 하며 찍고 있다.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면 현상 전까지 눈을 감고 뜨는 건 둘째치고

사진의 초점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조차도 몰랐을 거다. 지금은 그때그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상황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몰랐다면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눈을 뜨세요. 눈을.


여자가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치장 한 날. 그 아름다움을 만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

하지만 모든 신부가 아름다울 수는 없고, 그 현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침묵한다.

현실은 나와 무관하고 나는 그들에게 꿈을 팔면 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한다.


"신부님, 잠깐 앉아 보시겠어요! 그렇지요.... 부케를 얼굴 가까이 대고 눈으로만 

카메라를 보실게요!"

"저는 앉으면 뚱뚱해 보이는데.." 뚱뚱한 신부가 비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신부는 앉으나 서나 뚱뚱하다. 오늘의 목표는 어떻게든 신부의 매력을 찾아내는 거다. 끌리는 매력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신부를 창가로 데리고 가 커튼으로 몸의 반을 가려 보기도 하고 화장대

거울의 굴절을 이용해 몸을 작아 보이게도 해본다. 

유난히 사진사가 소품이나 지형지물을 이용한다면 당신의 사진사는 당신 탓에 힘든 지경이다.  

나는 이 여자에게 끌려야 한다. 끌림을 찾아야 공감을 하고 만족할 만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신부들은 본인처럼 나온 사진을 싫어한다.

사진은 무조건 신부보다 이뻐야 한다. 사진이 생긴 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고객에게 불만을 듣고 싶지 않다. 사진은 거짓말을 잘한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더 잘한다. 꿈과 현실을 혼돈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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