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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Apr 26. 2024

그녀의 그림자 5

신부의 아버지 그리고 신랑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흥겹지 않아도 흥겨우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분위기 살리는 이모나 고모, 작은 아버지 또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고 잔칫날 기분 잡치려고 오는 사람은 없다.

싫든 좋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경삿날이다.

사진사로서 들러리들의 기분이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 그만이다.

나는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 인 신부의 눈치만 살피면 된다.

모두가 즐길 준비가 된 행복한 날이다.


오늘은 나의 관심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쏠렸다. 차에 두고 온 여유분의 배터리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갔을 때, 신부의 아버지는 어느 차 뒤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포마드를 발라 반듯이 정리된 머리에 멍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기도 하고 땅을 지그시 보기도 했다.

긴 호흡으로 내뿜는 담배연기는 멀리 가지 못하고 가슴에 꽂힌 하얀색 장미를 질식시킨다.

그의 작은 눈이 많은 얘기를 하려는 듯 보였지만 담배를 문 입술은 고집스럽기만 했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조차 안 웃어 밉상이었던 신부 아버지였다.

신부 아버지가 결혼을 심하게 반대했었단다.

신부의 고모에게서 들은 반대 이유는 간단했다. 신랑이 신부와 격이 안 맞는다는 거였다.

참으로 무책임한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내 눈에는 양가가

그저 그렇게 비슷한 이민자 집안으로 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대하던 딸의 결혼식에 아버지는 지금 와 있다.

그리고 남들 눈을 피해 주차장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로 위로를 받고 있다.

쓸쓸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공감이나 동정심 같은 게 생길 리 없다.

늙고 이기적인 남자로 보일 뿐이다.

오늘은 그의 딸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지내겠다고 맹세 한 날이다.


결혼식의 다른 주인공 신랑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신랑이 느꼈을 감정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에게 부정당하는 심정은 어떨까?

부정당했던 기억의 유효기간은? 수치심의 한계는? 상처받은 자존감의 치유기간은?

상처의 깊이는 새겨진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주차장의 신부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아직도 신랑의 격을 생각하고 있을까?

앞으로 상처를 입을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신랑, 신부의 직업은 둘 다 의사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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