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찬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던 계절이었다.
아마도 초가을이 아니었을까.
갑작스러운 날 것의 소음에 하늘을 올려 봤다.
주홍색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철새였다.
문득 새들도 집을 찾아가는데
나는 여기서 무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어져 가는 새들을 멀건히 바라보며 쓸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해질 무렵, 보았던
낯설기만 했던 뉴욕의 하늘이었다.
사실 그 하늘 밑에서는,
어딜 가나 낯설기만 했다.
발 밑을 봐도 하늘을 봐도 머리는 헤매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너무 멀리 와서는 혼자 가슴 아파했다.
외로움에 치를 떨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2024년,
다시 맞는 그 계절, 그때 그 기억들.
나무도 힘겨워 보이던 더위가 물러나니,
이제야 하늘을 올려본다.
아직도 낯설어 보이는 해 질 녘 하늘.
어둠이 간간이 내리며 외로움을 더하는 시간.
이제는 곁에 누군가가 있는 시간.
다행이다.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를 다시 한번 읊조린다.
용기 없어 곁의 사람은 못 들을 정도의 소리.
다음에는 큰 소리로 외쳐 보련다.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