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이런 날은 으레 지각이 많다.
1교시도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가 안 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 교실 문 앞에서 교실로 못 들어오고 주춤거리고 서 있다.
“얼른 들어와. 괜찮아.”
늦게 오는 아이들은 열이면 열
교실 밖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신경 써서 챙기지 않으면 복도에서 몇십 분이라도 그렇게 서 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교사가 활짝 웃으며
늦게라도 온 게 대단한 거야,
친구들이 많이 기다렸다는 등
환영의 말을 쏟아내도
아이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쭈뼛거린다.
“우리 잠시 쉬었다가 공부하자. 화장실 다녀오세요.”
눈치 빠르고 사랑 많은 **가 지각한 친구를 챙겨준다.
“국어시간에 이거 배우고 있어. 내가 책 줄게. 보고 써.”
책도 꺼내 주고 연필도 쥐어주며 살뜰히 도와준다.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모여든다.
**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쉬는 시간 **를 가만히 불러본다.
“선생님도 늦잠 잘 때 많아. 괜찮아. 비가 와서 친구들도 조금씩 늦었어.”
“선생님~~”
“응. 할 말 있니?”
“저는 비 오는 날이 싫어요. ”
“왜? ”
"그냥 슬퍼요. 아빠가 오토바이 타고 일하시다 미끄러져서 사고 날까 봐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효녀 **에게 오늘은 슬픔 이가 찾아왔다.
독서시간 ‘슬픔이 찾아와도 괜찮아’라는 책을 읽어줬다.
어떨 때 슬펐냐고 하니
‘동생 때문에 억울하게 혼났을 때요.’
‘받아쓰기 60점 맞았을 때요.’
‘엄마가 아플 때요.’
‘친구들이 제 맘을 몰라줬을 때요.’
**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지난주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책을 읽고
소원을 말해 보는 시간에
친구들이 자기 소원을 사소하지 않은 소원이라고 한 게 속상해서
교실을 뛰쳐나가 한참을 울먹거렸던 **.
그 서운함이 슬픔으로 남아있나 보다.
살면서 슬픈 일은 때때로 찾아온단다.
“선생님은 슬픈 영화 보며 실컷 울기도 하고 햇빛 맞으며 무작정 걷기도 해.”
아이들이 선택한 방법도 다르지 않다.
달콤한 것 먹기, 친구들과 놀기, 잠자기, 게임하기,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하기 등등
“슬픔이 찾아와도 괜찮아. 기쁠 때가 있듯 슬플 때도 있잖아.
너희들의 슬픔 닦았던 휴지들, 요 까만 상자에 담아서 내가 다 없애버릴게."
마술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휴지는 사라지고 멋진 꽃다발이 나온다.
아이들의 탄성.
'얘들아~
지금까지의 슬픔은 툭툭 털어버리렴.
슬픔이 올 때면
너의 건강함을 믿고 이겨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