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post Nov 12. 2024

정년 인사 말씀

2021.12.30 날 정년사

코로나로 인해
직원정년식이 본부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후배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제일 아쉬웠었다.

집 컴퓨터 정리를 하다가
그날 정년식에서 인사말에 쓰였던
오래전 파일을 찾았다.

올려본다.


오늘이 왔네요.

제법 긴 시간이었습니다.

서울대에서 살아온 날이 31년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참 많은 추억이 생긴... 

세월이었습니다.


제겐 아내와 두 딸과 사위가 있습니다.

요즈음 들어 제가 

서울대에 진 빚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하면


가족들은 오히려 제가 학교에 있으면서

병치레한 것이 많으니

산업재해 아니냐라고 얘기를 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31년 중 병치리례한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20년이 더 행복했으니

그것으 퉁 치고 나가려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어제저녁에 잠을 자려고 세수를 하고

수건을 집어든 순간,

다시 한번

아~~~ 이것도 빚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집어든 수건에는

서울대학교 ㅇㅇㅇ기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에 서울대 물건이 집안 곳곳에 있으니..

저는 역시 아직 빚을 다 갚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빚 갚는 방법을

지금부터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대학은 늘 연구하는 곳이니까요..


전 다만 연구만 하겠다는 겁니다...

실행은 다음 차원이지요..


아마도 연구와 행의 갭을 메꾸는 작업이

우리 대학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 직원 선생님들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이 숙제를 후배 선생님들께 남깁니다.


저는 행정직원입니다..

연구보다는 실행이 우선인 사람이지요..

혹시라도 다른 손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달려오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혹시라도 제가 천당에 가게 된다면

그곳으로 끌려가는(?) 제자신이...

조금은 덜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제가 서울대 사람으로서 살았다는 감사와 기쁨으로

오늘 이자리애 설 수 있도록...

이 생애의 한순간을 함께 해주신

서울대 가족분 모든 분들에게~~

가슴속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저와 제 가족이

이 땅에서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해 주신

우리 서울대학교 총장님과  선배님 후배님들께


오늘 퇴직자를 감히 대표하여...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한 시간은

제 생애 최고의...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아내와 두 딸과 사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시지 못한 어머님께..

이만 서울대에서 물러나...


당신들 곁으로

한걸음 다가감을 신고합니다.

.

감사합니다.


2021.12. 30.

이전 05화 결재 시스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