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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왔다

어지러운 질서

by 정현

아침에 환기를 하려고 베란다 문을 열었다.

어! 이상한 나뭇잎 같은 것이 방충망에 걸려있네...


자세히 보니 박쥐였다.

꼼짝하지 않고 전혀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자고 있는 듯하다.


이리 가까이서 박쥐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무섭기도 하고 왠지 지저분한 균을 가지고 있을 것도 같아

께름칙하다.


방충망을 살짝 두드려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귀찮은 것인지

움직이기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판단을 했는지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


혹시, 여기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억지로 떨쳐내려 스프레이로 물을 쏘아보아도

그냥 그대로다.


한참을 그냥 두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박쥐는 그냥 그대로 붙박이다.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막대기로 쳐 대니

순식간에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박쥐는 살아 있었다.


집이 시화호를 끼고 있어

자연에 가까이 있기는 하지만

도심 아파트 베란다 창에...

박쥐가 매달려 있다니...


오늘, 희한한 경험을 했다.

박쥐를 가장 가까이서 본 하루였다.


무엇인가 어지러운 질서를 본 듯한 느낌이다.

한 마리의 이탈? 일지는 몰라도


분명 흐트러지는 자연의 질서를 본 것 같아

어딘지 모르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흐트러짐이 염려스러운 만큼

마음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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