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사거리 건널목 인도 위에 커다란 파라솔 햇볕가리개가 사라졌다. 고이 접혀 묶여있다. 이제 겨울이 오나 보다. 여름철은 물론이고, 가을날 따가운 햇살은 과일과 곡식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파라솔이 좋았다.
우리 동네 파라솔 가리개는 푸른 하늘색이다. 오다 보니 우리 대학 근처 파라솔은 녹색이다.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대학에는 나무가 참 많다. 30년을 넘게 지내면서도 얼마 전 까지는 학교 나무가 귀찮았다. 나무가 내게는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였었다. 나무를 관리하기 위해 수를 헤아렸어야 했고, 가을이면 낙엽을 떨구어내어 갈퀴 질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가 멋지게 보였다. 나무의 자태, 수형이 얼마나 멋드러 지게 보이든지...
나무를 쳐다보는 내 눈에 감탄이 어린다. 여름날 커다란 나무가 가슴에 꽉 차게 들어온다. 그 나무의 그늘 아래는 더운 여름날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하다.
그랬다. 나무는 나에게 늘 쉴 곳을 내어주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한여름 뙤약볕 속에 나무 그늘이 고마운 줄 모르고 지냈다...
우리 대학이 그랬으면 좋겠다.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온갖 풍파를 막아주고, 항상 쉴 곳을 내주어 가슴을 도닥여주는 그런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