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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May 27. 2022

제주에서 40대 중반에 전동 킥보드를 처음 타 보다.

올레길 4코스 걷기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 즈음, 아내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그런다.  아내가 <해비치 호텔> 화장실에 갔다 오는 동안 해안가에서 난 돌멩이를 들쳐가며 물속에 뭐가 있나 살펴본다. 흔한 게 한 마리도 없다. 하하하. 아무튼, 화장실 갔다 오자마자 아내 뭘 발견했는지 신 말한다.


"저기 횡단보도 앞에 전기 킥보드 딱 두 대 있던데 안 타 볼래? 여기 바닷길 킥보드 타기 딱인데?"

"음... 한 번 타 볼까?"

"헬멧도 2개 딱 있고, 우리를 위한 두 대가 아닐까 싶은데. 한 번 타 보고 싶었는데 오늘 타 보자!"

"그래."


아내가 발견한 전동 킥보드 2대가 진짜 횡단보도 앞에 딱 있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젊은이들이 종종 타는 모습을 봤는데 바람을 가르며 쌩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재미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긴 했었다.


휴대폰으로 큐알코드 스캔을 하니 바로 사이트로 이동한다. 인적사항과 운전면허증을 찍어 본인을 확인한 다음, 카드까지 등록하니 이용이 가능하다. 복잡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편하다. 몇 분 탈까 아내와 고민하다 10분 타기로 하고, 10 분권 2,000원을 결재했다.


처음 타 보는 거라, 어떻게 타는지 몰라 헤매고 있는데 아내 쌩하니 먼저 가 버린다.  물어보니 두 발로 구르면서 은색 스위치 같은 걸 누르면 된다고 한다. 오른손 엄지로 은색 스위치를 아래로 조금씩 내리니 속력이 조금씩 붙는다.


'오~~~~'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 소리가 나온다. 속력이 제법이다.  안 떨어지려고 손과 발에 힘을 잔뜩 줬더니 몸이 마비된 느낌이 든다.


조금 타다 보니 금세 요령이 생긴다. 브레이크도 살짝 잡아보며 어느 정도 멈추는지 확인하고, 속력도 얼마만큼 나가는지 최대치로 해 본다.  예전에 아는 분 남편이 타다가 턱에 걸려 크게 다친 이야기가 생각나 더 조심스럽다. 확실히 도로 조그만 턱에도 킥보드가 생각보다 요동친다. 꽉 잡아야 한다.



아무튼 이 속력감 좋다. 제주 올레길을 전동 킥보드 타고 가 볼 줄이야 생각도 못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

'오! 생각보다 잘 나가는데!'

'길도 좋고 시간도 벌고 좋은데!

하며 신나게 킥보드를 타며 제주의 바다와 풍경을 감상하며 탔다.


그런데, 10분이 분명 지난 것 같은데 킥보드가 멈추지를 않는다. 아내도 뭔가 불안한지 멈춰 휴대폰으로 확인해보니 이미 5분 초과다. 10분이 되면 자동 멈출 거란 나의 예상이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게다가,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하려고 폰으로 큐알코드 검색을 해 보니 특정 장소에 주차를 하라고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그 순간 아내와 나 완전 '멘붕'상태에 빠졌다.



즐거움과 편리함을 선사해주던 킥보드가 순간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전동 킥보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세워놓고 휴대폰으로 한참을 찾아본다. 흐르는 시간이 돈이니 마음이 계속 바쁘다. 이 순간에도 계속 돈이 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검색도 잘 안 된다. 한 3분 정도 검색을 하니, 그제야 전동 킥보드를 주차하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시간 다 되면 아무데나 놔두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해진 장소에 주차를 해야 했던 것이다. 정해진 주차 장소 P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내가 저기 있다며 한참을 역방향으로 따라갔는데 나오질 않는다. 벌써 검색하고 역방향으로 가고 하느라 시간은 10분이 더 지체됐다. 마음이 계속 바빠 온다.


차근히 다시 사이트를 보니 현 위치와 주차 장소가 눈에 보인다. 그 장소를 찾으러 다시 갔던 길로 쌩하니 달려간다. 최고 속도가 무서웠는데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급해 최고속도로 해도 전혀 빠르지가 않다.


겨우 겨우 주차장소를 찾은 우리, 휴대폰으로 파킹이 허락된다. 알고 봤더니 주차 장소가 킥보드 멈추고 검색했던 장소랑 30초 거리다. 하하하하. 알림으로 알려주지도 않고 킥보드가 사정없이 미워졌다.



전면 사진과 측면 사진을 찍고 확인을 하니 드디어 주차 승인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돈이 결재되는데 '헉' 할 말이 안나왔다. 아내와 나 각각 5,000원이 더 결재됐다. 킥보드 주차해 놓고 검색한 시간, 주차 장소 찾으러 왔다 갔다 한 시간이 모여 그만큼의 돈이 소모된 것이다.


아내와 나 정말 허탈했다. 그 순간 아내와 나 오만 불평과 감사를 다 쏟아부었다.


"10분 되면 띵동 하고 알림으로 알려주던가 했어야지.."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초과 결재가 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내가 계속 시간 보더라 아이가."

"반납할 장소 안 알려주고... 반납할 장소가 있는지 상상도 못 했다. 뭐든지 돈 주고 배워야지.."

"하하하. 그래도 우리 길 좋은 데 탔다. 좋은 경험 했으니 됐다."


전동 킥보드 경험을 사십 중반에 들어 제주도 와서 처음으로 아내와 같이 했다. 반납할 장소가 있는지 처음 알았고, 10분 충전해도 10분 지나면 자동으로 멈추지 않고 돈은 계속 나간다는 걸 알았고, 반납할 장소가 나와도 알려주지 않는 걸 알았다.


다음에 전동 킥보드를 탄다면 반드시 반납할 장소를 미리 알아놓고, 싼 요금제를 선택해 타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제주도 와서 이렇게 처음으로 전동 킥보드를 다 타보고 좋은 경험 했다. 역시 뭐든지 돈 주고 배워야 한다.  역시 실패 없이 얻는 건 없다.

전동킥보드를 반납하고 두 발로 걷는 올레길, 역시 올레길은 전동 킥보드보다 두 발이 제맛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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