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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an 02. 2024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24년 청룡의 한 해가 시작되었다. 계획표대로 6시에 일어나 산책하는 게 1순위였는데 어린아이들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아내가 1월 1일 새 맞이 행사로 새벽 5시에 일하러 나가 아이들을 돌보는 게 1순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고 있는 아이들 놔두고 잠시 밖에 산책 정도야 할 수는 있지만 7살 아들이 언제 깨어나 엄마 아빠 없다고 울며 찾을 수도 있기에 나의 1순위는 잠시 미뤄야 했다.


아이들이랑 놀다 보니 어느새 창밖으로 1월 1일 새해의 해가 장엄하게 솟아올랐다. 내가 뜨는 해를 보면서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하니 이 녀석들 눈을 감고 손을 합장을 하고는 뭔가 구시렁구시렁 거라는 게 아니겠는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하하하. 특히나 아들내미 목소리가 원래 커서 소원 소리가 내 귓가에 다 들렸다.


2024 새해 첫날 집에서 바라본 해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


난 내 몸뚱이가 제일 소중해 '건강하게 1년 보내주세요'라면서 내 몸만 챙겼는데 우리 가족 건강을 챙기는 아들내미가 나 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요 녀석 "아! 맞다" 그러면서 다른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동생 소원 소리를 들은 딸이 동생 보고 소원 뭐 빌었냐니까 "최신핸드폰 사 달라고 소원 빌었어"라며 자기도 그렇다면서 서로 웃는데 휴대폰이 없는 이 녀석들 휴대폰은 정말 갖고 싶은 가보다 생각이 들었다.


새해다. 최신 핸드폰을 너무 갖고 싶은 아들딸처럼 정말 건강하게 살고 싶은 나처럼 다들 뭔가 이루고 싶은 새로운 1년이 시작되었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아침 산책을 하다 문득 아들이 최근에 뜬금없이 물어봤던 질문 하나가 갑자기 생각났다.


"아빠,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중요해?"


새해라서 그런지 산책하다 나도 모르게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 생각에 꼬리를 물어 아들의 질문이 생각났던 거였다.


아무튼 아들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난 "우리 준이와 은이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지"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듣고 아들이 두 눈이 동그래지며 그건 아니라는 듯이 맞받아쳤다.


"아니지, 아빠. 내 목숨이 제일 소중하지. 내 생명이 제일 소중해."


그 말을 듣고 있던 딸이 또 끼어들었다.


"아니지. 엄마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지. 엄마 아빠 없었으면 너도 없는 거잖아."


아들 딸 말을 듣고 있는데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었다. 아들 말처럼 목숨이 없으면 지금 이 순간도 없는 거였다. 딸 말처럼 나랑 아내가 없었다면 아들이라는 생명이 없는 거였다. 아들은 자기의 생명에 제일 큰 가치를 뒀고, 딸은 생명을 있게 한 원초적 가치인 엄마아빠에 뒀던 차이 밖에 없었던 거다. 결국 목숨과 엄마아빠 둘 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했던 거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 각자의 한 해 소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시작이다. 한 해의 소원을 빌지 않은 분이시라면 우리 아들이 질문한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뭘까'부터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내 몸 건강하기'란 소원도 아들이 제일 소중하게 생각한 '내 목숨' 챙기기와 같은 맥락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를 더 오래 만나기 위해서 '건강하기'란 소원을 빌었는지 모른다.


청룡의 2024년이 시작되었다. 다들 각자의 소중한 1순위를 이뤄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딸의 겨울 방학 목표,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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