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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an 24. 2024

생일날, 서운한 일


오늘은 딸 생일이다. 모처럼 자기 전에 아들 딸에게 오늘 고마웠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해 봤다.


아들에게 먼저 물었다.


"아들, 오늘 고마운 일 있어?"


라고 물으니 아들이 이런다.


"아빠, 오늘 맛있는 국밥집 데려다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하하하. 아들 말처럼 오늘 딸이 국밥을 먹고 싶어서 국밥집에 갔었다. 뜨거운 국물에 부추를 넣고는 후후 불며 그 속에 돼지 수육을 손가락으로 꺼내서 맛있게 행복하게 먹던 아들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초등학생도 안 된 녀석이 벌써부터 국밥 맛을 제대로 알아버려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다음 차례는 딸이다.


"딸, 오늘 감사한 일 있으면 이야기 해 볼래?"


라고 물으니 되려 이런다.


"아빠, 나 서운한 일 있는데 말하면 안 돼?"


그러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더니 이런다.


"아빠, 나 오늘 생일인데 선물도 없고, 축하 받는 느낌이 없어서 많이 서운해. 친구들 초대해서 친구들이 축하해주고, 선물도 받고 싶고, 그런 생일 파티 한 번 해보고 싶어."


순간 쿵 했다. 딸에게 미안했다. 생일 선물을 제대로 못 챙겨 줘서 그러는가 싶기도 했다. 1년에 한 번 뿐인 소중한 자신의 생일인데 가족끼리 단촐하게 가족 식사와 생일 케익 축하로는 뭔가 아쉬운 모양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생각했는데 딸 표정을 보니 서운함이 역력했다. 딸이 많이 속상해 보여 이렇게 말해 줬다.


"아이고, 우리 딸 많이 컸네. 그래 우리 딸, 이제 조금 더 크면, 3학년 정도 되면 친구들 초대해서 집에서 딸 생일 축하 파티 한 번 해 볼까?"


그 말에 다행히 서운한 마음이 조금 풀려 제법 큰 소리로 "네" 하며 좋아하는 딸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딸이 말한 것처럼 제대로 생일 축하를 친구들에게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조금 잘 나간다던 친구들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적만 있었지 직접 친구들을 초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그렇다고 하니, 아내도 어릴 적에 부모님이 식당하시느라 바쁘고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제대로 못 해 봤다고 했다.


나와 아내가 막연히 부러워했던 그렇지만 부모님께 차마 말을 못 했던 그 생일 파티를 딸이 마음 속으로 하고 싶었는지 알게 되니 부모로서 뭔가 미안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의 생각이 제법 많이 깊어졌다. 자기 전에 딸이 자신의 서운한 점을 정확히 이야기해줘서 얼마나 고마웠고 미안했는지 모른다. 


가족의 생일 파티도 좋지만 이제는 조금씩 딸의 의견을 들어줘야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사랑을 가득 받고 싶은 나이가 되어버린 거다. 내년에는 정말이지 딸 생일 파티를 친구들 초대해서 축하 받는 느낌과 여러 명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가득 전해줘야 겠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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