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시작해 지금 9월까지 아침 산책을 쭉 이어오고 있다. 아침 산책의 묘미는 1년 4계절을 내 눈과 귀와 코와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마음속에 새길 수 있다는 거다. 특히, 그중에서도 8살짜리 아들내미와의 산책은 별미 중의 별미다.
나를 닮아서 유난히 아침잠이 적은 아들은 내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에 눈을 떠고는 한 번씩 따라나선다. 특히나 오늘은 서프라이즈로 몰래 자는 척을 하다가 내가 산책하고 있는 도중에 "아빠!" 하면서 달려 나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라고 물으니 요 녀석
"눈이 저절로 떠져."라고 당돌하게 답하는 녀석이다. 요즘 학교는 재미있는지, 친구랑은 잘 지내는지, 피아노는 잘 치고 있는지 물으니 전학 온 친구가 2명이나 있고, 피아노는 바이엘 3권을 들어가고, 수요일은 로봇 2단계를 들어간다고 신이 나 있다.
갑자기 큐브 방과 후 그만둔 게 생각나 "큐브는 더 안 하고 싶니?"라고 물으니 "어, 큐브 삼삼(3 ×3) 공식 다 외웠어. 큐브 방과 후 필요 없어.큐브 책에 다 나와 있어."라고 당차게 말한다.
그래서 내가 "책이 선생님이야?"라고 했더니 "응." 하며 답하더니 나에게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덧붙인다.
"내 생각이 선생님이야."
머릿속에 공식이 다 들어있다는 아들 녀석. 자기 생각이 선생님이라고 말할 줄 아는 아들 녀석에게 "우리 아들 대단한데."라며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8살 아들이 깨우친 '내 생각이 선생님'이란 소리가 헛으로 안 들렸다. 정말이지 40까지 살아오니 자기 생각이 가장 큰 선생님인 걸 알게 된다. 다른 누군가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자기 생각에서 나오게 되는 거다. 그걸 벌써 알아버린 8살 녀석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큐브 방과 후 그만두고 싶다는 아들 녀석에게 나름 다 생각이 있었다. 머릿속에 큐브 공식이 다 있으니 방과 후 수업이 필요 없었던 게다.
8살 아들에게 제대로 하나 배운 아침 산책이었다. 너란 생각의 선생님을 격하게 응원하고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