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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령 Jan 14. 2022

13화. 여름

word by seohie

<못다 한 이야기 1>


그 여름은 무지막지하게 더운 여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싫거나 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따사로운 계절이었다.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덥고 습하고 찐득찐득 땀과 옷이 몸에 들러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여름은 달랐다. 따사로웠다.

땡볕에 구워지는 나의 모습이 싫거나 하지 않았다.

내 곁엔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벚꽃 피는 계절에 만난 우리가 맞이한 첫여름은 아름다웠다.

여름 방학을 맞아 우리는 제주로 향했다.

구릿빛으로 태닝 한 그의 모습은 제주의 푸른 바다와 잘 어울렸다.

나는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치고 앉아 그가 바다에서 서핑하는 모습을 한참이고 바라보았다.



“상희야, 바다 들어가자. 시원하고 좋아.”

그는 갈색 피부와 대비되는 하얀 치아를 반짝이며 말했다.


“놉”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바다에서 놀 땐 좋지만 뒷수습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제주까지 와서 바다에 안 들어간다고?”

그는 의아해했다.


“풀빌라 빌렸잖아. 풀장에서 수영복 입고 놀 거야.”


“그러지 말고. 끙차.”

그는 나를 둘러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야!!”

나는 단말마의 소리와 함께 바다에 던져졌다.


“이 씨, 너 죽었어.”

나는 그에게 물장구를 쳤지만 이미 그는 젖은 상태여서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진짜 빠졌잖아. 찝찝하다고 나중에.”

나는 짜증을 냈다. 


그러나 이윽고 바다 수영에 푹 빠졌다.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과 대비되는 차가운 파도에 몸을 맡기며 어느새 그와 바다를 유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어서 계속)



<단어 줍는 진이령>은 인스타그램 project_jiniryeong 계정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기반으로 적은 연작소설/에세이입니다.


댓글로 단어를 달아주시면 그 단어들을 엮어 연작 소설을 적거나 에세이, 짧은 글을 써보고자 기획하였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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