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둬, 그냥 나중에 생각하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는 가급적 다 챙겨보는 편입니다. 이번 영화는 넷플릭스 개봉작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신작 영화도 극장에 찾아갈 필요 없이 집에서 먼저 볼 수 있다니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개봉할 때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느니 마느니 가지고 우리나라 극장들과 실랑이를 했던 것을 떠오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주식이 요즘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영화를 단독으로 스트리밍 할 수 있다는 것에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카프리오 원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판인데,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조나 힐 등등 스트리밍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구에 운석이 떨어질 것 예상되고, 이에 따라 미국이 인류의 재난을 감동적으로 막아내는 영화는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 등이 이에 해당되겠죠. 공상과학영화이기도 하고 재난영화이기도 한 이런 영화들은 우주에 호기심도 자극하고, 그 광활함 앞에서 인간의 미약함도 보여주고, 고귀한 희생과 도전이라는 감동까지도 전해주는 초대형 블록버스터였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콘셉트로 시작한 이 영화는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풀어갑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우리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영화는 조금 현실적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누군가'의 문제이고, 그것보다 일단 내 눈앞에 있는 '내'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죠. 보통사람들에게 몇 달 뒤에 다 같이 죽는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결정권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더 커진다면 이것도 또 다른 문제이고요.
요즘 우리나라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으로 시끌시끌합니다. 각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지금 드러난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공약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일까요, 아니면 '일단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일까요?
이 영화 'Don't Look Up'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운석이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 터질 문제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노력이 모여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당장 내 손에 올라온 뜨거운 감자가 아니면 일단 미뤄두고 '나'를 위한 선택을 먼저 하고 있을까요?
영화 제목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냥 쳐다보지 마'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일단 그 문제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으니 말이죠. 혹시 내 삶에도 이런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해결 하긴 해야 되는데, 그냥 미뤄둔 것들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디카프리오 주연이라는 것에 끌려서 찾아보았고, 영화 콘셉트를 보면서 공상과학 또는 재난영화를 기대했으니 블랙코미디라는 것에 한번 놀랐다가,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잠시 멍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한번 더 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