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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02. 2021

전략 천재가 된 홍대리

선택과 집중

 전략의 개념 자체를 다룬 책은 사실 처음입니다.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민간의 영역에서 '전략을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구나'하고, 예전부터 다루어왔던 이 단어를 다시 살펴볼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주변에 정확히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느낌만 가지고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전략을 한자어 그대로 풀어보면 '싸움을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싸움, 전쟁에서 온 단어이기 때문에 말의 근원은 군, 그리고 군을 통해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온 어휘입니다. 캠브리지 사전에 전략의 영어 단어인 strategy를 찾아보면 'a detailed plan for achieving success in situations such as war, politics, business, industry, or sport, or the skill of planning for such situations'(전쟁, 정치, 사업, 산업, 스포츠 등의 상황에서 성공을 달성하는 구체적인 계획 또는 이러한 상황을 계획하는 기법)이라는 의미가 나옵니다. 제법 덩치가 큰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라는 것이죠. 전쟁은 하나의 전투로 끝나지 않습니다. 몇 번의 전투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어쩌면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하더라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겠죠.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베트콩들에게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국내외 정세와 반전여론, 경제적 압박 등에 의해서 전쟁 전반에 걸쳐서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죠.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 작전술, 전술이 있습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전략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전투에서, 교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작전술, 전술이 있습니다. 수준적인 차원이 있는 것이죠. 소단위 부대의 교전 상황에서는 내가 가진 무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단위 부대원 간의 동선이나 방법을 사전에 연구하는 등의 전술적인 측면이 중요합니다.


 비단 군사적인 부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입니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 기술개발도 중요하고, 마케팅도 중요하고, 재고관리도 중요하고, 모든 부분이 중요합니다. 각 부서에서 본인들이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는 방법이 전술적인, 작전적인 부분이겠죠.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각 분야에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고, 집중할 부분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의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주인공 홍대리가 회사 전략기획실로 발령을 받으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략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고교 이과, 학부 공돌이, 전산학 석사 입장에서 경영학 관련 수업이나 과정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학교에서 배워본 적은 없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면 혹시 이런 부분도 배울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아마 MBA나 각 대학원의 최고경영자과정 이런 곳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은 다가가기 쉬운 '~~ 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제목으로 사회초년생 또는 학생,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무거운 부분이나 어려운 개념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약간 드라마, 웹툰 '미생'의 EBS 버전 같다고나 할까요. 홍대리라는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회사생활을 통해서 기업에서 다루는 '전략'의 실무적 개념을 보여주고 있는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전략이 무엇인지 깨우치겠다는 것은 사실 말이 좀 안 될 것 같고, 그냥 전략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단어로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다면, 출퇴근길이나 휴가지로 이동하는 교통편 속에서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할 것 같습니다. 두껍지 않은 3백 페이지 남짓의 단행본에 글자도 큼지막해서 아마 두어 시간이면 다 읽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홍대리 시리즈의 다른 편은 보지 않았지만, 책날개에 붙은 시리즈 소개를 보니 각종 외국어부터 해서 심지어 골프 천재가 된 홍대리도 있더군요. 출판사에서 이런 식으로 브랜딩을 해서 시리즈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읽기에 등장인물 이름 외우는데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최대한 편하게 읽으라고 배려한 작명도 재미있습니다. 매사에 꼼꼼한 부장님의 이름은 '철저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시는 분은 '어중간',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 책은 홍대리가 겪는 일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가면서 중간중간 간지를 활용하여 간략한 이론 설명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야기로 보여준 내용들이 그냥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라, 실제 연구가 되고 적용된 것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다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론적인 부분이나 전문적인 부분을 이 책만으로 충분한 정보를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부분은 전문서적을 더 찾아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략이라는 것이 그냥 느낌만으로 머릿속에서 동동 떠다닌다면, 내 삶을 끌고 가는 전략이 없다면,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한데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이 책으로 큰 틀에서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삽화의 표지가 조금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사실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니까 말이죠.




6. 기업의 경영전략은, 기업이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를 정의하고 그 방향에 맞춰 할 수 있는 사업과 할 수 없는 사업을 결정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사업을 성공시켜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삶의 성공전략도 가장 먼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 멋있어 보이는 삶도, 내 부모가 바라는 삶도 아닌, 바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25. "죄송하다는 말 좀 그만할 수 없나? 죄송할 일 없도록 하면 될 거 아냐?" (중략) "홍 대리, 누가 더 열심히 일하라고 했나? 열심히 안 해도 되니까 제대로 하라고!"


36. "컨설턴트들에게는 내용으로 지적하는 사람이 정말 힘들거든. 오타나 데이터 실수는 다시 고치면 되지만 내용이 맘에 안 든다고 하면 정말 답이 없는 거야. 지적은 아무나 할 수 있잖아."


49. 깊은 지식과 고민이 없이 무언가를 정의 내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훌륭한 학자나 선구자가 자신의 언어로 정의를 내려놓은 것을 단순히 암기하여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으나,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진정으로 그것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52. "그러니까, 착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거기다가 아무리 착하고 성실하게 노력해봤자 시간 낭비에 노력 낭비라는 거지."


60. "무엇인가에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그것을 버리기가 너무나 힘들지."


64. "사실은 그동안 홍 대리에게 싫은 소리 더 많이 했던 것도 홍 대리를 이번에 꼭 승진시켜야 하기 때문에 더 신경 쓰느라 그런 거였어."


69. 홍대리는 혼자서 무작정 피해의식만 키워왔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사실 철저한 부장이 홍 대리에게 바란 것은 지각하지 않고, 점심시간 준수하고, 오타나 작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70. "어디에나 스펙과 백그라운드가 뛰어난 사람만 모인 집단에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어렵죠. 중요한 일, 눈에 띄는 일만 하고 싶어 하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가 어려운 사람도 많으니까요."


87. "성공이 원지도 모르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야? 네가 성공하고 싶으면 먼저 네가 생각하는 성공이 무엇이지부터 정의해야 해."


99. "앞으로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지 말고 정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일을 하도록 해요."


103. "나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시간과 내 삶의 여유지."


111.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포함한 임원회의가 매일 오전 7시 반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 경영진들을 보좌하는 미래전략실 사람들도 덩달아 일찍 나와야만 하는 것이다.


132. '역시 사람은 기분이 좋아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야.'


137. 왜 항상 오타는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가서야 보이는 걸까.


155. "하지만 그 변화를 알았을 때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더 찾아봤으면 조금은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207. "내가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거랑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지."


211. 개인에게 있어서 성실함은 신입사원 시절에 꼭 필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성실함만으로 인정받기는 힘들다. 이런 경우 현재의 캐시카우는 성실함이지만 앞으로 스타가 될 경쟁력을 미리 키워나가야 한다.


296.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은 쉽다고. 하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고서는 진정한 성공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313.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안 되는 것은 포기하자는 것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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