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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12. 2021

59초: 결정적 행동의 비밀

59 seconds: Change your life in a minute

 제목 글자 수의 한계 때문에 정확히 적지 못했는데 원서의 제목은 <59 Seconds: Change your life in under a minute>, 즉 1분 안에 인생을 바꾸는 방법이고, 번역서의 제목은 <59초: 순식간에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결정적 행동의 비밀>입니다.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원서 제목은 짧은 시간으로 인생 전체, 아주 긴 시간을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의 의미를 보여준다면, 번역서의 제목은 1분 이내의 짧은 순간으로 원하는 결과를 당장 도출하는 듯한 다소 중단기적인 '시도'의 느낌이 비칩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보다 보면 제가 가진 원서의 느낌과 번역서의 표지가 많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역자와 출판사,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들 간에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러한 것들이 결정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책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제목은 모두 <59초>입니다. 이 책이 쓰인 2009년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강조하고자 한 제목 같습니다. 2009년이면 제 기억에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들어온 첫 아이폰, iPhone 3GS, 동글동글한 뒷면의 아이폰을 사람들이 막 쓰기 시작했을 때이고, 3G 기반의 - 지금과 비교하면 - 꽤 느린 인터넷을 스마트폰을 통해 막 접속했을 당시였습니다. 4G LTE를 도입한다고 광고했을 때 1분 남짓 시간에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했던 것에 비해, 당시에 와이파이가 아닌 모바일 데이터로 동영상을 보는 것은 무리가 있던 시절이었죠. 잠시 옆길로 샜는데, 책 제목은 당시 사회의 속도를 반영하여 적당히 '짧은 시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분, 59초,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몇 초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찰나의 시간은 아니고, 그렇다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기에는 생각을 꺼내어 놓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영국의 심리학 교수이며, 이름(Wiseman)과 직업(심리학자)에서 모두 무언가 이쪽 분야에 전문적인 연구를 많이 하신 분이라는 느낌이 풍깁니다. 실제로 심리학에 대한 학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이 개인의 삶을 살아가면서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읽기 쉽게 엮은 심리학 책을 많이 집필하셨습니다.


 이 책은 읽는 사람도, 쓴 사람도 부담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 교과서도 아니고, 무언가 엄청난 결론과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는 서적도 아닙니다. 하루에 한 두 챕터씩 읽으면서 '내가 이런 부분을 잘못 알고 있었구나', '아, 앞으로 이런 부분도 잘 살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좋게 구성된 책입니다. 심리학 전공자나 학자가 아니면 찾아볼 일이 없는 다양한 연구자료들과 논문들을 여기저기 짤막짤막하게 이해하기 좋게, 각종 사례와 함께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그런데 사실 읽다 보면 '그래서 왜 59초라는 제목을 택한 것이지?'라는 의문이 다시 들기도 합니다. 와이즈먼 교수님께서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셨던 것 때문인지, 세부내용들이 모두 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그렇게 엮으려는 모습은 보이지만요.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본문 바로 뒤에 바로 동일한 내용을 요약하거나 다른 사례와 함께 다시 한번 강조하는 글을 싣고, 책 맨 뒤 맺음말을 통해서 '1분 이내에 할 수 있는 것'들만 따로 한번 더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맺음말을 먼저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가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과 사례를 설명해주면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몇 가지 1분 내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일부는 59초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고, 일부는 59일이 걸려도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1. 감사하는 태도를 길러라.

  2. 지갑에 아기 사진을 넣어가지고 다녀라.

  3. 부엌에 거울을 걸어놓아라.

  4. 사무실에 식물을 놓아두어라.

  5. 호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의 위팔을 가볍게 만져라.

  6. 관계에 대한 글을 써라.

  7. 상대가 거짓말할 것 같으면, 이메일로 용건을 말하라고 하라.

  8. 아이를 칭찬할 때는 능력보다 노력을 칭찬해라.

  9.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이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하라.

  10. 자신의 유산을 생각하라.


  (59초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은 굵게 표시해 보았습니다. 나머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요?)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다시 되새겨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삶을 대하는 방향을 조금 긍정적으로 돌려놓으면 대부분이 해소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과 관계에 대한 글을 쓰는 것,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상상하고, 내 삶이 다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가 늘 배워왔던 '옳은 것을 바르게 하는 것'과 연관된 것이니까요. 이 밖에, 아기 사진을 넣어놓은 지갑을 되찾아 줄 확률이 높다거나, 부엌에 거울이 있어야 음식을 덜 먹는다든지, 식물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거나, 적절한 스킨십이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내용은 정말 미리 잘 알고 있으면 '59초' 안에 삶의 변화를 줄 수 있을 법한 내용이었고, 미처 몰랐던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6. 즉 부정적 생각을 억제함으로써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16.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도한 보상은 일하는 사람의 태도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28. 100여 년 뒤에 러시아의 소설가 톨스토이도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우리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자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을 더 좋아한다."


32. 자발적 기질 전이라고 부르는 이 효과는 뒷담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묘사하는 상대의 특성을 말하는 사람과 연관 짓기 때문에 그 특성이 말하는 사람에게 전이된다. 따라서 친구나 동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긍정적이고 좋은 측면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여러분을 좋은 사람으로 여긴다. 반대로 실수나 나쁜 점만 늘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부정적인 측면을 여러분에게 전이하게 된다.


40. 목격자 수가 많을수록 그들 중 누군가가 도움을 주는 확률이 낮아졌다.


51. 어떤 의미에서는 처음에 너무 많은 것을 주면 상대방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더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몹시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73. 미적거리는 사람들은 앞에 닥친 일의 규모에 압도되어 그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91. 영국 켄트 대학의 브라이언 뮬런 연구팀은 브레인스토밍의 효율성을 검증한 연구 20건을 분석했는데, 대다수 실험에서 혼자 일한 사람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레인스토밍이 실패한 원인을 사회적 나태 현상 때문이라고 지목한 연구도 있다. (중략) 추가 연구를 통해 앞에서 언급한 방관자 효과와 비슷한 현상 때문에 책임의 분산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혼자서 일할 때에는 일의 성패가 순전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 성공하면 영광이 돌아오지만, 실패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추가로 투입하면, 갑자기 모든 사람이 노력을 덜하게 된다. 성공을 거두더라도 각 개인에게 돌아오는 영광이 적을뿐더러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4. 사람은 불안을 느끼면 주의력이 높아져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되고, 위험을 피하려 하며, 안정적인 버릇이나 관행에 의존하고, 덜 창조적인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140. 그런데 잘생겼으면서 지위가 높은 남자는 배우자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자들이 이런 남자를 회피하는 이유는 그런 남자는 많은 여자에게 인기가 있어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52. 그리고 두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삼기보다는 두 사람 다 싫어하는 것을 주제로 삼는 게 좋다. '부정적인 것을 통한 개인 간의 공감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의 공유를 통한 유대'라는 논문에서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의견이 일치할 때 더 친밀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159. 권투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세게 친 사람들은 더 공격적이었고, 상대방의 얼굴에 대고 소리를 더 크고 길게 질렀다. (중략) 분노를 분출한다고 해서 불이 꺼지지 않는다. 브래드 부시먼이 논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오히려 그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164. 미시간 대학의 닐 크라우니스가 한 연구에 따르면, 남을 위해 기도하면 자신의 건강에도 좋다.


167. 심장마비가 일어난 환자들의 회복률을 조사한 프리드만은 개를 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2개월 뒤에 생존할 확률이 약 아홉 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놀라운 결과에 자극을 받은 과학자들은 개를 기르면 얻을 수 있는 다른 이점을 조사해보았는데, 개를 기르는 사람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 잘 견디고, 삶에 대해 훨씬 느긋한 태도를 가지며, 자존감도 높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더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192. 이 결과는 오랫동안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들은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여가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예상에서 벗어나는 행동도 비교적 많이 하며, 성격이 소극적이기보다는 적극적이고 재미있다는 여러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197. 데일 카네기는 유명한 저서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친구나 배우자에게 하는 말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아주 작은 비판조차 관계에 아주 해로운 효과를 미치므로, 가까운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권한다. 


222.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결정을 내릴 때 나는 늘 그 장단점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내 속의 어딘가에 들어있는 무의식이 결정을 내린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225. 어떤 문제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227. 길로비치의 연구는 17세기 미국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가 한 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려로 하거나 글로 쓰거나 하는 모든 말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이것이다.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232. 그 결과 극대화자는 객관적으로 더 많은 것을 달성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며, 저렇게 했으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덜 행복한 경향이 있다.


239. 사람들이 이메일에서 거짓말을 덜 하는 이유는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한번 한 말이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이라고 핸콕은 설명한다.


254. 2007년 레이프 넬슨과 조지프 시먼스가 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효과는 이니셜이 특별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단어를 이루는 소수의 사람들한테만 국한돼 나타나는 게 아님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니셜이 긍정성이나 부정성을 조금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259.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은 어린이는 기분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어려움에 도저하길 꺼리게 된다.


265. 즉각적인 만족을 참는 능력과 장기적 성공에 더 집중하는 능력은 중요한 목표와 야망을 성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271. 위협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306. 그 결과 웨그너의 '북극곰' 실험 결과와 비슷했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더 적극적으로 억누르려 한 집단이 실제로는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생활한 집단에 비해 그 생각을 억제하려고 노력한 집단은 불안이 더 심했고, 더 우울했으며, 자존감도 더 낮았다.


311. 오래된 격언처럼 어떤 것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


325. 돈으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경험이 최고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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