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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Jun 05. 2021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What I wish I knew when I was 20

 스탠퍼드에서 의학박사를 마치고 의사가 아닌 경영학 강의를 하고 있는 티나 실리그라는 분의 글입니다. 원서 제목에 (I)라는 말이  번이나 들어갈 정도로 본인이 걸어왔던 길에 대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던 것일까요. 제목은 다소 진부하지만 의과대학을  박사까지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의사가 아닌 길을 가고 있는 이분의 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저 같은 꼰대들이 신입사원들 앉혀놓고 하는 이야기는 똑같습니다. 나 때는 이랬는데 너희는 참 좋을 때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면 된다 등등. 그러고 보면 저도 초심을 많이 잃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본인이 가진 경험의 폭과 이해의 폭 대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즉, 누가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해도 공감이 되지 않으면, 내 가슴을 건드리지 않으면, 내 동기가 없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주 어릴 적 경험이 있습니다. 아마 초등학생이나 그 이전 같습니다. 많이 아프신 분 병문안을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나오는 길에 문 틈에 제 손이 끼었습니다. 당장 삶이 어찌 될 수 있는 상황 앞에서 그냥 제가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에 좋은 말들이 많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는 말이 아니면 그냥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제가 그 공허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때가 적지 않더군요.


 이 책은 많이 배우시고, 열심히 사시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하신 분의 글입니다. 그렇다 보니 긍정적인 표현들로 본인이 살아오신 세상을 표현하면서 이런저런 좋은 말들을 해주시는 것들이 많습니다. 당장에 배운 것도 많이 없고, 그런 비싼 학교를 갈 처지도 안되고, 삶의 막다른 길 같이 느껴지는 스무 살이라면 이 책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항심만 더 키울 수도 있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조금은 듭니다. 말과 글이라는 것이, 좋은 이야기들이라는 것이, 다 자기가 받을 수 있는 그릇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내 그릇에 차고 넘치는 글이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내 그릇이 한쪽 귀퉁이가 깨져있어 쏟아지는 물을 담을 수 없다면, 아무리 채운다고 해도 담겨있는 물은 한 방울도 없을 수도 있겠죠.


 이 책에서 저자는 80대가 훌쩍 넘으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해주고 있습니다. 얼추 그렇다면 본인도 50대 후반, 60대 초반은 되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안 겪어본 일이 없으시겠죠. 제가 느낀 바로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한 가지 맥락은 '나 자산에게 집중해라'는 것입니다. 본인이 의학박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 분야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스무 살의 나에게는 더 일찍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에너지를 쏟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아니면 남들의 가벼운 말들로 인해 만들어진 철창 안에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만 근근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누가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차근차근 이런저런 사례와 함께 엮인 글을 보면서 저도 제 이십 대를, 그리고 이 책을 쓰신 분 정도 연배가 될 육십 대를 떠올려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는 벌써 20~30년 전에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제 스스로를 둘러보니 아직 그 사춘기가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자는 사십춘기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과연 저는 제 스스로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까요. 아니면, 제 후배들에게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생을 설계하라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을까요. 물론 임원, 부장님들께 '선배님의 내면의 목소리는 어떤 말씀을 하고 있으십니까'라는 것을 여쭤볼 용기는 없습니다. 일단 날씨 좋은 6월 주말. 창가에 앉아 다른 책 한 권 꺼내 들고 일단 제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는 핑계로 낮잠을 좀 청해볼까 합니다.




27. "문제가 클수록 기회도 더 크다. 문제가 아닌 것을 해결해달라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32. 칠레 대학교 카를로스 비그놀로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장 형편없는 교수의 수업을 골라서 들으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줄 훌륭한 선생님을 좀처럼 찾기 힘든 이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미리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9. 우리는 항상 스스로 감옥을 만든다. 우리 스스로 만든 규칙이 우리를 특정한 역할에 가두고 수많은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60. 목표가 작으면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이 좁은 범위로 한정되고 일을 그르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목표가 크면 대개 보다 많은 자원을 활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도 더 많아진다.


70. 나쁜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훌륭한 브레인스토밍의 핵심이다.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할 때는 먼저 나쁜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참가자 모두가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아이디어만이 가치 있는 생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88. 살아오면서 내가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세상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는 점이다. 한 부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서도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부류는 타인의 허락 없이도 스스로 결정을 내려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103. "너야말로 너무하는구나. 적어도 복권은 산 다음에 기도를 해야지!"


108. 좀 더 밝은 눈을 가지지 못했음: 사회생활 초반에 나는 순진하게도 내가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잘못된 기업문화에 대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좀 더 밝은 눈을 갖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109. 본능의 목소리를 무시했음: 나의 삼촌은 뉴욕에서 돌아가셨다. 그때 나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 먼 곳이니 장례식에 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때 참석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후회된다.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좌지우지될 것이 아니라 내가 직감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11.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보더라도, 모든 배움은 실패를 통해 이루어진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를 생각해보라. 아기는 뒤뚱뒤뚱 걷고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스스로 걸을 줄 알게 된다.


115.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나중보다 처음에 거절하는 것이 더 쉽다"라고 말한 바 있다.


122. 이와 반대로, 멋진 모습으로 퇴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직장이 잘 맞지 않아 그만둔다 하더라도 떠날 때 매우 깔끔하게 마지막을 정리한다.


123. 물론 그 자신도 어떤 문제일지는 몰랐지만, 어떤 일이 닥치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험상 그는 실수나 실패가 불가피함을, 그리고 성공의 열쇠는 날아오는 탄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데 있음을 알고 있었다.


125. 성공한 사람의 인생경로는 똑바로 뻗은 라인이 아니라 위아래로 굴곡이 반복되는 물결 모양이라는 사실이다.


131. 그는 실패하더라도 소중한 무언가를 배우게 되고 성공할 경우 획기적인 발견을 얻게 되는, 그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작고 점진적인 실험을 하는 것보다 커다란 성과로 이어질 잠재력을 지닌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


142. 열정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자신의 재능을 아는 것과 세상이 그 재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143.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해 그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긴 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나 활동을 하기 위해 시계만 보며 퇴근시간을 기다린다. 또는 주말이나 휴가 또는 은퇴시기가 올 때까지 손꼽아 기다린다.


144. 중국의 도가 창시자인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삶의 기술을 진정 터득한 자에게는 일과 놀이에, 노동과 여가에, 정신과 육체에, 배움과 휴식에, 사랑과 종교에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매사에 탁월한 비전을 좇아 행동할 뿐이며,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고 일하고 있다고 하든 놀고 있다고 하든 개의치 않는다."


153. 인생을 계획하는 것은 낯선 외국을 여행하는 일과 흡사하다.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숙박 장소를 정하고 여행 스케줄을 세운다 하더라도, 가장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경험은 대개 스케줄이라는 테두리 바깥에 존재할 때가 많다.


162. 당신에게 꼭 맞는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세상이 당신에게 보내는 직간접적 메시지들을 지혜롭게 선별하며,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과감하게 No라고 선을 그을 줄 알아야 한다.


170.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리처드 와이즈먼은 행운에 대해 연구한 뒤 운 좋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먼저, 그들은 기회가 나타나면 남보다 잘 발견하고 이용한다. 그들은 타성에 젖어서 밋밋하게 살아가는 대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으며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커다란 가치를 얻어낸다. (중략) 그들은 낯선 주제의 책을 호기심을 갖고 들춰보고 익숙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고, 자신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다.


189. 다시 말해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자신의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을 할애한다면, 그는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를 포기하고 당신에게 시간을 내주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누군가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감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란 없다.


195. 하지만 실수하고 나서 회복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11. 똑똑한 사람들이 종종 빠지는 큰 함정이 있다. 올바른 행동을 하는 대신 똑똑한 행동을 합리화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중략) 똑똑한 사람들은 언제나 문제나 상황을 지나치게 과대 해석하여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하지만 사실은 올바르지 않은 해결책을 생각해내곤 한다.


224.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행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중략) 시도할 생각이 있다는 것은 핑계이고 도피일 뿐이다. 시도한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노력을 집중하여 행동해야 한다.


229.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경쟁하는 것보다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240. 우리는 습관적이고 흔한 사고방식에 갇혀 다른 가능성이나 방법을 보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곤 한다. 당신 주변에는 방관자처럼 저만치 서서 당신에게 안전한 길을 가라고, 정해진 선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고, 자신이 간 똑같은 길을 따라오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게 서로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245. 그렇게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은 외부의 어떤 요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247. 아버지는 내게 "자기 자산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말고, 타인을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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