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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Oct 12. 2022

사춘기라는 청소년

우리도 사랑을 해요.

지금 맡고 있는 아이들은 코로나와 함께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래서 그럴까.

아이들은 체육대회, 수련회, 수학여행, 합창제 등 학교의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마스크를 쓰고 온라인 수업을 하며 친구들과의 교류 없이 학교생활을 해왔다.


코로나 시국도 2년여 끝에 이제는 일상으로 회복되는 중이다.

학교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삶도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연애하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는 남녀공학 남녀합반에 근무한다.

2학년이 되면 분명 사귀고 헤어지는 일상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상하다 했다.

그 모든 게 코로나로 눌려있었던 거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남녀 아이들 사이에서 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사귀었다가 헤어지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나는 좀 편안한 담임인지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들의 사귐과 헤어짐을 나에게 일일이 고해바쳤다.

그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듣는 내 입꼬리는 귀까지 올라가 있다.

아마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내 표정을 아이들에게 다 들켰을 거다.

마스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사귀는 아이들 뒤통수에 대고 이 커플을 응원한다며 응원해주거나 이제 그만 눈꼴셔서 못 봐주겠으니 헤어지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내 곁에서 많은 모쏠들이 나를 구박하거나 응원한다.


많은 아이들이 처음 사귀는 것이다 보니 서투르고 어설퍼서 곧잘 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귄 지 백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투투데이(22일)를 기념하거나 일주일을 기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사귀었으면 얼마나 사귀었으며 사랑했다면 얼마나 사랑했을 건지.

그런데도 헤어지고 난 다음 이별의 슬픔은 성인 못지않다.


우리 반 정수는 여자 친구와 6개월 가랑 사귀었다.

이상하게 우리 학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정수 역시 정수가 여자 친구를 더 좋아했다.

좋아하면 집착하는 법이라던가.

정수의 여자 친구는 정수가 부담스럽다고 헤어지자고 이별을 통보했다.

정말 자존심이 강한 정수인데, 그 아이가 여자 친구 집 앞에 가서 무릎도 꿇어보고 울어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여자 친구는 냉정했다.

정수는 담임인 나에게도 상담하고, 부모님께도 상담하고, 학교 상담 선생님께도 상담했다.

여자 친구가 싫다는 상황에 뾰족한 수가 있나.

어른들은 모두 정수를 위로해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상담하다가 감정에 북받친 정수가 울기 시작했다.

정말 서러운 모습으로 우는 정수의 모습이라니.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정수도, 다른 아이들도 사귈 때에도 너무나 귀여웠는데, 헤어지고 나서 실연의 아픔을 달래는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너무 귀여웠다.

겉으로는 정수를 위로해주었지만 속으로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참 잔인한 담임이다.

아이는 실연의 상처에 울고 있는데, 담임은 그 앞에서 헤죽헤죽 웃고 있으니.


그러나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아이들의 연애는 정말 귀엽다.

앞으로 보고 뒤로 보아도 정말 귀엽다.


네가 이제 세상을 살면 얼마나 살았겠냐, 시련에 아픔을 느꼈으면 얼마나 느꼈겠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을 연애를 할 텐데 싶은 생각이 들어 그런가.

그 소소하고 작은 사랑 이야기가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다.


한편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실연의 아픔에 눈물짓던 날들이 있었을 거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감정이 무뎌졌는지 그런 희로애락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은 청소년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지금 많이 사랑해라.

지금 많이 사귀어라.


담임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들 뿐이다.


순수하기에 가능한 사랑이다.


아이들의 사랑을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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