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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해 Mar 29. 2022

데이지 꽃 한 다발을 사면 생기는 일

충동소비도 괜찮네요.




오늘 1시 56분경, 집 앞 꽃집에서 작은 데이지 한 다발을 사서 나오는 길이었다. 햇빛을 피하려고 횡단보도 근처 과일가게의 파라솔 아래에서 날 것의 데이지와 모카 크림빵을 들고 서있었다. 갑자기 어머님 두 분이 나타나셨다.


"어머머머, 꽃이 너무너무 예쁘네."

"어디서 났어요?"



아주 당황한 나는 꽃을 비스듬히 들고 있다가, 더 잘 보시라고 꽃을 직선으로 쭉 세웠다.


"여기 앞 꽃집에서 샀어요."

"어머, 예뻐라."

"얼마예요?"



나는 충동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오늘은 갑자기 꽃이 사고 싶어서 동네 근처 꽃집에도 포장도 하지 않은 채 꽃 한 다발만 구매해본 것이다. 그랬더니 출발 1분 후, 집 도착 2분 전, 예상지도 못했던 이벤트가 벌어졌다. 두 분 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셨다.


"4,000원이에요."

"4,000원?! 이게 4,000원이라고요?"

"와 4,000원…. 이게 4,000원…. 먼저 줄기를 잘라줘야 돼. 그다음에 점점 줄기를 짧게 잘라요. 그러면 꽃이 오래 가요. 아주 꽃이 예쁘네. 아가씨도 꽃처럼 예뻐요. 여리여리하고."

"정말로요. 어휴, 이뻐라."



갑작스러운 꽃 손질법과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른 나는 감사하다고 연신 말했다. 꽃을 뚫어져라 보는 어머님들은 정말 귀엽고 예쁘셨다. 꽃도 기뻐 보였다. 꽃 한 다발이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다니. 요새 오아시스 마켓에서 꽃을 팔던데 이런 이유인가. 여러분, 어머님들께는 데이지 꽃을 선물하세요.


어쨌든 이 일은 내가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다. 어머님들의 사랑스러운 시선을 받은 꽃이 괜히 자랑스러웠다. 생각보다 엄청 기뻤는지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에서 거실까지 빙빙 돌면서 춤을 추며 내가 아끼는 버터 화병으로 갔다. 신중히 길이를 재어 꽃을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자르고 화병에 꼽았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힐끔 꽃을 훔쳐봤다.


밤에 샤워를 하는데 어머님들께서 말씀하셨던 꽃 같다는 칭찬이 또 생각났다. 헛, 그러고 보니 나는 어머님들한테 칭찬해드리지 못했네. 어머님들은 나보다 훨씬 꽃 같은 분들이셨다. 어쩜 그렇게 식물에게 앙증맞고 귀여운 시선을 보내시는지. 6시간이 지나도 칭찬 한 마디에 기분이 좋은데 나도 그때 그런 칭찬 한 마디 건넸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어머님들은 꽃보다 더 예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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