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정체성 규정하기 (유연하지 않은 것은 언젠가는 뚝, 부러진다)
그 시작은 나를 다르게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간. 완벽해야만 하는 인간. 그렇지만 완벽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내가 상상하는 대로 좋은, Best의 선택지일까? 나의 2n년간의 경험이 말해준 것은, 완벽하다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완벽하면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 거기서 인생은 끝나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완벽은 지상 세계에 없는 관념에 불과하기에, 그것을 쫓는 것은 불행의 구렁텅이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완벽은 좋은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며 평생을 쫓아왔다. 나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좋다. 유연하게 발전할 수 있으니까. 닫힌 가능성이 아닌, 열린 가능성을 무한하게 지닌 인간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월플라워에서 아직도 계속 생각 나는 대사가 있다.
And in this moment, I swear, we are infinite.
완벽한 존재는 무한할 수 없다. 과거는 이미 끝나버려서 유한하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유한하다. 하지만 현재는 무한하다. 나는 현재,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끝도 없는 불안이 잠재워지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이 불안은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불안이 나쁜 걸까? 글쎄, 아마도 꿈꾸고 도전하는 이상, 나는 계속해서 불안할 것이다. 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니까.
이 사실을 죽도록 받아들이기 싫었던 나는 결국 불안도, 불완전함도,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일부가 됨을 느낀다. 생각보다 그리 무섭지 않다. 그리고 이 사소한 자기 수용에서 모든 화해가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다. 조금 많이 먹었더라도 나를 자책하지 않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더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에서, 더부룩할 정도로 먹지 않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단순히 아름다워지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불완전한 내가 좋다. 그래서 다이어트, 별 거 아니다. 살이라는 것도 별 거 아니다. 내가 빼고 싶다면, 나는 뺄 수 있다.
이러한 (자기) 효능감과 (자기) 통제감은 결국 불완전한 나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완벽주의의 가장 무서운 점은, 내가 설정한 포인트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순간,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거대한 불안에 잠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허상이다.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있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먹지 않을 수 있고, 원하면 먹을 수 있다. 완벽한 계획에서 엇나가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잠시 내 몸과 마음이 변한 것 뿐이다.
이런 마음은 내가 꾸준히 달리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시험이야말로 완벽주의자인 나와 싸우는 길고 긴 여정이니까. (이 주제로도 나중에 글을 써보려고 한다.)
가장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길(완벽하게 모든 것을 끝마치는 행위)이, 사실은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일 수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행하라. 그리고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두렵더라도 한 번 해보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글이 이 세상의 모든 완벽주의 다이어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