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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랜시스 하 Apr 17. 2024

Beauty of New York

그 얼굴들. 무심한 표정. 흔들리는 눈빛. 푹 꺼진 고개 속에서.

자꾸 그렇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라보게 되는 사람. 어떤 풍경처럼 자꾸 바라보고 싶어지는.


뉴욕엔 도처에 자꾸만 바라보고 싶어지는 사람과 사물과 피사체와 공간이 널려 있었다. 나는 내가 걸어 다니며 우연히 마주한 햇빛을,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는 엄마를. 손을 잡고 그림을 감상하는 노부부를, 자전거 타는 아이와 뒤따라가는 엄마를 자꾸자꾸 바라보고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해서 쓰고 있는 사람을, 바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홀로 서서 나무를 멀뚱히 바라보던 젊은 여자를.

내가 MOMA와 구겐하임 미술관을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는 자꾸 바라보고 싶은 것들이 가득해서였다.

내 인생은 자꾸 나를 속이며 초라하고 보잘것없지만, 알렉스 카츠와 데이비드 호퍼와 모네의 붓질과 시간이 첩첩이 쌓여 축적된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순간에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Monnet
(좌) Edward Hopper, (우) Alex Katz


동경하는 순간, 몸짓,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 꺼져가는 인생에 빛나는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아름다움을 흠모하는 마음. 그 속엔 진실이 녹아있는 것 같았다. 그 얼굴들. 무심한 표정. 흔들리는 눈빛. 푹 꺼진 고개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 좋았다.


그 순간엔 다른 걸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Alex K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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