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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랜시스 하 Apr 18. 2024

너의 밤을 핥아보면 아침의 맛이 나곤 했다

네 아침을 떠먹어보면 이런 맛이 날 것이다. 잠이 모래처럼 쏟아지는 수면제의 맛. 그렇게 모래 속에 몸이 잠겨 일어날 때 사막의 무게를 들어내며 입안으로 가득 흘러들어온 사막의 맛. 중력을 거스르듯 잠을 거스르고 몸을 침대에서 떼어 내야만 하는, 깨어날 시간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의 맛. 가까스로 눈을 뜨고 흐느적거리며 걸어가는 그 눈빛은 뿌연 사진처럼 초점이 나가 있다. 뿌옇기는 안개와 같으나 매캐한 냄새가 구역질을 부르는 매연의 맛. 꾸역꾸역 끌고 가던 일상을 전부 놓아버리고픈 회피의 맛. 배포가 없어 저지르지도 못하고 지른 후의 두려움과 초조함을 두려워하는 찌질의 맛. 


네 점심을 마셔보면 이런 맛이 날 것이다. 두둑하게 부른 배가 졸음을 몰고 오는, 냄비에 끓인 우유의 맛. 사무실로 복귀하기 싫지만  한 시까지 들어가 너의 모니터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 너의 엉덩이를 끌고 가는 사슬의 서늘한 맛. 그냥 이대로 퇴근해서 먼 데로 떠나버리면 안 될까 하는 도피의 맛.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시기를 알 수 없어 막막한 절망의 맛. 몸뚱이의 주도권이 내  소유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의 소유인지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모호의 맛. 이 모든 맛을 잠시 없었던 것처럼 덮어 버리는 카페인의 맛. 


너의 밤을 핥아보면 아침의 맛이 나곤 했다. 밤에 집중하려고 할수록 자꾸만 굴러올 아침이 입 안을 점령해 버리기 때문이다. 


너는 아침과 점심과 밤을 먹는 데 질렸다 말했다. 입에 넣자마자 구역질을 하며 뱉더니 급기야 냄새만 맡아도 게워내기 시작했다. 너의 하루는 토사물의 맛이었다. 그리고 그때 너는 먹는 일을 그만두었다. 


너는 네 시간에 한심한 가격표가 붙는 것이 싫다고 하며 가격표를 태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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