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소설 : 하인리히 뵐 소설가 ]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 작품으로 황색 언론에 처참하게 유린당한 개인의 명예에 관한 보고서로 문제작이 된 작품이다. 소박한 카타리가 블룸이 어떻게 살인까지 하게 되었는지, 보이는 폭력과 보이지 않는 폭력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한지를 독자에게 말하고 있다.
1917~1985, 쾰른 출신의 독일 소설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하인리히 뵐은 독문학과를 입학하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징집된다. 전쟁 중 부상당해 야전병원 생활과 꾀병과 서류 조작으로 탈영하기도 했다. 미국 포로로 잡혀가 2년 후 고국으로 돌아와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소설을 쓴다. 그리고 사회 운동에 적극참여했으며 사회비판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는 1974년 한 무고한 여성이 언론의 횡포에 의해 사회로부터 매장되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언론 재벌 악셀 슈프링거와 뵐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언론계에 대한 뵐의 '문학적 복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소설은 1975년 폴커 슐뢴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하였다.
책 속 주요 등장인물은 카타리나를 중심으로 하룻밤 함께 지낸 남자 쾨텐 인연으로 용의자의 애인으로 되었고 그녀를 끈질기게 취재하는 차이퉁 신문사의 기자 퇴트게스, 그리고 그녀를 가정부로 고용한 블로로나와 투르데 부부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이력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나이 27세, 어릴 때부터 집안일, 이웃집들의 일을 도와주며 자란다. 가정부 생활을 하며 대모의 도움으로 생활과학아카데미를 다녔고 현재 블르르나 변호사 집에서 일하고 있다. (국가공인 가정관리사 자격증 취득)
모아둔 재산은 대출금 상환 완료한 작은 아파트와 중고 자동차, 약간의 예금이 있으며 가족은 6살 때 폐병으로 돌아간 광부 아버지와 암 수술 후 입원 중인 엄마 그리고 경미한 금고형으로 복역 중인 오빠가 있다.
방직공 빌헬름 브레를로와 결혼했으나 6개월 만에 이혼한 상태다.
사건은 2월 20일 수요일부터 2월 23일 일요일까지 일어난 일이다.
2월 20일 수요일, 카타리나 블룸은 볼터스 하임 부인이 개최하 댄스파티에 참가한다. 파티장에서 괴텐을 만나 춤추고 블룸의 아파트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2월 21일 목요일 오전, 카타리나 블룸 아파트에 경찰이 들이닥쳐 블룸을 연행한다. 11시 30분부터 저녁 5시 45분 까지 경찰관과 검사의 입회하에 심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2월 22일 금요일, 아침 신문에 '강도의 정부'라는 헤드라인으로 카타리나 블룸의 사진과 기사가 1면에 실린다. 블룸은 재심문을 하고 볼터스 하임 부인을 비롯 파티에 참가한 자들 모두 심문받게 된다.
2월 23일 토요일, 신문 1면에 '살인범 약혼녀 여전히 완강! 괴텐의 소재에 대한 언급 회피! 경찰 초비상' 제목으로 또 한 번 장식하며 블룸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퇴트게스 기자를 만나고 사망하게 된다.
2월 24일 일요일, 블룸은 발터 뫼딩 집에 찾아가 베르너 퇴트게스 기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며 이틀 후 사진 기자 쇠너의 시체 가 발견된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두 기자의 죽음을 요란하게 보도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카타리나 블룸은 한 언론으로 인해 강도의 정부, 허영 가득한 이혼녀, 어머니의 죽음에 울지 않는 극도의 변태, 기자를 살해한 살인자가 되었다. 블룸의 살인으로 보여준 보이는 폭력과 언론의 인격 살인으로 보이지 않는 폭력을 보여주며 어느 것이 더 잔인한지 독자에게 묻는다.
실제로 소설 속 '차이퉁' 신문사는 독일의 '빌트' 신문사와 유사하다. 빌트지는 유럽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으로 허위보도와 사생활 기사로 유명하다. 1960년대 후반, 당시 독일에서는 나치 세력의 청산을 주장하는 학생 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이때, '빌트'가 소속 된 악셀 슈프링거 사의 신문들은 학생운동을 의도적으로 폭동으로 프레이밍 한다. 은행 강도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빌트'는 이 사건을 바더 마인호프 그룹(과격파 테러 조직)의 소행이라고 보도한다. 실제로 프랑크푸르트의 한 백화점을 방화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이 그룹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했다는 '빌트'의 보도를 의심 없이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어떤 확인 절차 없이 근거 없는 가짜 뉴스였다.
'빌트'지에서는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작품이 베스트셀러에서 삭제하였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소설 속에 '움샤우'라는 다른 신문은 전혀 결함 없는 사람이 사건에 불운하게 연루되었다고 보도하지만 자극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않아 정착 찾는 이가 없는 진짜 뉴스로 되어버린다. 가짜 뉴스로 인해 블룸은 이전과 전혀 다른 사회 현상을 마주한다. 창녀라고 불리고 이웃들은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관찰하며 성희롱하며 심지어 우편함에는 성인용품이 발견되었다. 하루아침에 블룸은 불명예스러운 생활을 마주해야 했다.
우리는 수많은 가짜 뉴스 속에서 살아간다.
인터넷 뉴스의 헤드라인 제목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유발하며 클릭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클릭하면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기자가 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경우가 많이 않다. 예전에는 기자들이 발로 뛰어 사실여부를 알아보았다면 요즘은 SNS에 올라온 사진을 인용하여 사실 확인하지 않고 추측해서 글을 쓴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하나? 반에서 공부는 상위권에 들어야 하고 대학에서도 신문방송학과, 혹은 언론에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지원해서 일하는 곳이다. 아무리 관행이고 관습이라는 것이 있다지만 너무 쉽게 기사 쓰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기레기'라는 말을 아직도 사람한테 듣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더 큰 점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는 것이다.
허위 보도를 일삼는 언론과 의심하지 않는 대중들이 있기 때문에 가짜뉴스로 명예를 빼앗긴 인물이 회북 불가능한 명예를 안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저 재미로 스캔들을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가짜 뉴스의 탄생은 수용자인 우리의 몫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우리는 뉴스의 수용자이면서도 생산자임으로 잊지 말아야 한다.
독일 소설은 대체로 어렵다. 우선 이름이 낯설기에 메모하면서 읽어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독서모임에 참석한 참석자 또한 분량이 얇아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라 하였다.
가벼운 듯 무겁고 쉬운 듯 어려운 책이었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처음부터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있어 다시 읽게 되는 분들이 많았지만 80페이지 정도만 읽으면 술술 읽히는 매력도 있었다. 디지털 시대, 포노 사피엔스라 불리는 우리는 이제 수동적인 자세로 정보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챗 GPT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듯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가 구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나 역시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클릭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보이지 않는 폭력에 관한 북 큐레이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