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승주 Mar 07. 2024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이 말하는 감정 변화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1. 감정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흔히 고민하는 문제는 “내가 과연 우울증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우울증 진단 기준에 대해 읽어보기도 하지만 피상적인 내용만 확인할 뿐이다.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시리즈에서는 실제 우울증이 우리 삶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표현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신이 정말로 임상적인 의미에서의 우울증에 해당하는지, 그 정도를 가늠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인용 부호를 사용하여 적은 표현은 실제 우울증 환자들이 이야기한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감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험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됨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가장 전형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흔히 죄책감, 절망, 두려움, 분노, 무흥미/지루함이 그러한 감정에 해당한다.


죄책감

우울증 환자들은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인지하기 힘들어하고, 그 결과 거의 바뀌지 않으며 피할 수 없는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죄책감에는 흔히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특정 대상으로 한정할 수 없는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제 우울증과 관련하여 끔직한 점 중 하나는 저의 우울증이 그 어떠한 기억이나, 행동, 또는 나 자신의 다른 요소에 관련 지을 수 없는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에요.”


무가치함/절망

보다 심각한 우울증에서는 이러한 죄책감이 겉보기에는 피할 수 없는 실존적인 무가치함과 절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저는 그냥 존재하지 말았어야 해요. 그러니 제가 왜 노력을 하겠어요? 제가 어떻게 더 살아가겠나요?”


두려움

특히 그들은 바깥 세상, 다른 사람, 자신의 감정과 행동, 혹은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저는 변화하는 것이 두려워요. 죽는 것도 두렵고, 실패할 것도 두렵죠. 심지어는 성공하는 것도 무서워요. 혼자가 될까봐 두려워요. 그리고 그런 두려움은 저를 몇 년 동안 마비시켜버렸어요.”


관계에 대한 어려움

그들에겐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가 위협이자 고통, 그리고 실망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저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가 무서워요. 분명 과거의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그리고 누군과와 결속되는 것 자체가 큰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저는 화가 났어요. 그냥 모든 게 다 듣기 싫었어요. 그건 저를 괴롭혔고 저를 파괴시켰어요. 종종 저는 다른 사람들과 불필요하게 논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죠.”


심지어는 친했던 사람들조차 지루하고, 중요하지 않고, 심지어는 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냥 오늘 너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기 어려워. 나 자신 하나 간수하기도 벅차.”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없음

우울증이 있을 때 흔히 긍정적인 감정인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 가려진다.


기쁨

흔히 그들은 ‘기쁨’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저는 과거에 제게 기쁨을 줬던 것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제게 기쁨을 주지 않았어요.”


행복

또한 그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저는 모든 웃음거리들이 사라졌어요.”


사랑과 애정

때로 그들은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제 남편은 제가 그에게 사랑을 표현해 줄 것을 기대해요. 하지만 저는 대체 그 사랑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파트너를 둔 사람들에게도 인지치료가 필요한 대목이다(’그 반응은 그/그녀의 우울증 증상이야’).


일상적으로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저는 몇 년 간 저는 우울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완전히 흡수해버렸죠. 저는 다른 사람 따위는 안중에 없어요.”


무감각/무감흥

조금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분이란 걸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이러한 경험은 다른 사람과 세상과의 단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만사에 감흥이 없어졌고, 그건 저의 인간 관계에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사랑, 일, 가족, 친구 따위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어요. 육체적으로 감적정저으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요. 그냥 저 자신을 잃어버렸죠. 저는 그게 공포스러웠어요.”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고 긍정적인 감정이 적어진다는 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자신도 삶의 어느 순간에 위와 같은 변화를 겪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길어지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지면 우울증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위와 같은 감정 변화들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자. 약물치료, 인지치료 등이 모두 도움될 것이다. 일단 빨리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더 깊은 심연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참고문헌

Fusar-Poli P, Estradé A, Stanghellini G, Esposito CM, Rosfort R, Mancini M, Norman P, Cullen J, Adesina M, Jimenez GB, da Cunha Lewin C, Drah EA, Julien M, Lamba M, Mutura EM, Prawira B, Sugianto A, Teressa J, White LA, Damiani S, Vasconcelos C, Bonoldi I, Politi P, Vieta E, Radden J, Fuchs T, Ratcliffe M, Maj M. The lived experience of depression: a bottom-up review co-written by experts by experience and academics. World Psychiatry. 2023 Oct;22(3):352-365. doi: 10.1002/wps.21111. PMID: 37713566; PMCID: PMC10503922.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depression-symptom-emotion


매거진의 이전글 명상은 정말 약물만큼 효과가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