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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상한 조합의 후쿠오카 가족여행-준비편

효도와 봉사와 위로가 함께하다.

by 하이브라운

70세 이상 할머니, 할아버지

40대 나와 아내

10대 여조카(고등학생), 아들(초등학생)


위 6명과 함께 내일이면 후쿠오카로 출발한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다.

멤버가 이렇게 정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부모님의 첫 해외여행 - 누나의 나이가 올해 47살. 근 50년간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해보신 적이 없다는 것이 이전부터 마음에 걸렸다. 정말 치열하게 삶을 사셨고, 본인들 삶을 자식들에 바치셨던 부모님. '더 늦으면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구경도 힘드실 텐데'. 교사로 근무하여 방학이라는 큰 혜택이 있어 방학을 하자마자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한사코 거절하시며 국내에도 아직 못 가본 좋은 곳들이 많다고 하시던 부모님은 어느 정도 여행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자 가장 먼저 여권을 만드시고 준비하신다..^^ 얼마나 설레시고 좋으실까?! 아버지 여권을 만들면서 아버지께서는 해외에 처음 나가시는 게 아니란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애기였을 때 사우디로 몇 년간 일을 하고 오신 아버지. 그 시절 많은 아버지들처럼 나의 아버지도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서 고생하신 것을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몰려온다.


10대 여조카(고등학생) -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 우리 집안의 첫 3세대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컸던 조카. 조카를 보려고 경기도 광명시에서 경기도 파주시까지 퇴근 후 여러 번을 찾아갔던 삼촌(나). 조카를 보면 예전의 행복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개구쟁이 아들만 키워서인지 어린 시절 애교 부리며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조카가 아직 해외에 한 번 도 나가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자기 동생(중학생 남조카)은 여러 번 일본을 다녀왔는데 본인은 갈 수 있을 때마다 사정이 생겨 자기만 해외 경험이 없다고 아쉬워했었다. 좋은 삼촌이 있어 마침 기회가 생겼다. 사춘기를 끝내가는 시기지만 아직은 조금 예민하여 먼가 방학 때 리프레시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제안했는데 누나와 조카 모두 너무 좋아한다. 더욱 큰 이유는 여행 기간 동안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삼촌의 말하지 못한 비밀.


아내와 나 - 나의 브런치 자기소개에도 나와있듯이 우리 가족에게는 지난 6~7년간 매우 큰 일들이 많아서 여행은 꿈도꾸지 못했다. 해외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였다. 정말 감사하게도 여러 일들이 마무리되고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여행도, 그것도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정말 감사가 끝없이 밀려온다. 당연히 아내와 나는 여권이 만료되었다. 마지막으로 나갔던 경험이 2014년 대만이었으니. 여권을 다시 신청하고 새 여권을 받아서 펼치니 감동이 밀려왔다. 시댁과 함께 여행을?? 그것도 해외여행을???? 거기에 시조카까지?????? 교무실에서 나의 여행계획을 들은 여동료들(대부분 결혼함)이 격하게 반응했다. 우리 가족에 있었던 큰 일로 부모님과 아내는 정말 끈끈하게 이어졌고 친부모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여 함께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이것도 남자인 나만의 생각인가?^^) 하여튼, 아내가 매우 흔쾌히 나의 의견에 동의했고 매우 좋아해 주어서 감사하다. 눈치는 계속하여 볼 것이다.


아들(초등학생) - 일본에 가면 포켓몬 캐릭터 굿즈와 일본 과자를 잔뜩 사 와서 친구들과 나눠먹겠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에 가득. 아이스러워서 좋다.



여행 멤버의 특성이 다양하여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매우 힘들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싶어 하고 부모님은 많이 돌아다니시기 힘들어 최소한의 이동 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은 대형 쇼핑몰에서 다양한 일본 상품들을 구경하고 싶어 하고 부모님은 일본에 가니 온천을 경험 하고 싶어 하신다. 나와 아들은 날 것(회, 육회, 초밥, 게장 등)에 알러지가 있어서 먹지 못하고 부모님과 아내는 회와 초밥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정말 어렵다 어려워.

많은 부분을 타협하여 세운 계획은

첫째 날 - 공항 도착 후 후쿠오카 국내선으로 이동하여 라멘으로 점심식사, 숙소 이동후 하카타역 주변 야키니쿠를 먹고 주변 드럭스토어나 돈키호테 구경.

둘째 날 - 유후인 1일 버스투어를 예약하여 잠시 온천 및 유후인 관광, 하카타역으로 돌아와서 저녁으로 오코노미야끼 먹기.

셋째 날 - 호텔 아침 조식 후 후쿠오카 전망대 및 모모치해변 구경. 라라포트라는 쇼핑몰에서 구경 및 쇼핑. 저녁은 회와 돈까스 혼합.

넷째 날 - 후쿠오카 공항 이동 후 조식 및 귀국.

내가 봐도 절충에 절충을 거듭한 일정이다. 모두에게 100% 만족은 없겠지만 삼대의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것이 100% 넘어서 200% 이상의 만족을 줄듯하다. 난 이번에 가이드로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 자신도 10년 만의 해외여행이고, 1년간 치열한 학교 생활을 잘 마친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되니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기고자 한다. 행복한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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