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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May 22. 2024

나만의 공간을 찾아 이동합니다


이번주 일요일 이사를 한다. 같은단지 내 옆동으로. 지금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단지는 2가지 평수로 나뉘어져 있다. 작년에 이사온 우리집은 좀 작은평수로 거실공간이 부엌과 붙어있다. 우리 3가족이 거주하기엔 아담하고 좋지만 손님이나 아이친구들이 놀러올때면 집이 너무 복작복작해서 서로 길을 터줘야 지나다닐 수 있다. 옮기는 곳은 이곳보다 쪼끔 평수가 넓어 거실과 부엌의 분리가 가능하고 테라스도 좀더 넓어 아이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수영장과 바비큐를 함께 해줄수가 있게된다. 같은 단지로의 이동이라 이사비용도 아깝고 굳이 옮겨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지만 아이입장에서도 이왕 노는 거 신나게 편안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고 나역시 이사 후 거실공간을 내 작업실로 쓰고 싶었다. 옆동으로 가는거라 포장이 아닌 일반이사를 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그랬다간 이사하다 중간에 도망을 쳐버릴 것 같아서 마음을 비우고 포장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사 견적을 내실 때 이삿집 사장님께서 옆동이니 부엌을 내가 직접 정리하면 이모님 비용이 빠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나 잠시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시더니 아무래도 고객님은 직접 정리하는건 안되실 것 같다며 첫눈에 나를 파악해주시곤 이모님도 좋은분으로 불러주시기로 했다. 센스있는 사장님이셨다.


이사하면 거실엔 소파도 티비도 놓지 않기로 했다. 이 결심은 아이를 위해서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난 절대 그럴 일은 없고 나를 위해서 결정했다. 쇼파와 티비는 안방에 밀어넣고 그 안에 아이도 밀어넣기로 했다. 거기서 티비를 껴안고 살든 유투브와 춤을 추든 아이가 알아서 하게끔 놔두기로 했고 난 거실공간을 내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내 소중한 책장들과 식탁만 놓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북토크나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 말주변도 없고 부끄러움도 무지하게 타지만 왠지 내 공간에서 하는 모임은 내게 안전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것 같다.(우황청심환은 필히 씹어 먹을 것이다) 어떤식으로 어떤분들과 모임을 하게될지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 가득이다. 


출판사와 책작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원고를 수정중에 있고 60%정도 수정이 완료되었다. 다음달 안에는 원고수정도 끝나고 표지디자인도 나올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얘기는 커오면서 해왔던 실수와 후회, 버리고 다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담아냈다. 내가 품고 있던 얘기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두려우면서도 궁금하다. 책을 쓰며 나를 더 파헤치듯 알아간 것 같다. 겉핥기가 아닌 알찬 속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너무 깊은 속얘기들이라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글로는 써내려갈 수 있었고 그래서 후련했다. 발가벗겨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벗어버린 옷이기에 부끄럽지 않다. 발가벗고 다시 새로운 옷감을 짜내려가고 싶다. 내 얘기를 읽은 이들과 나만의 공간에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어떻게 읽혔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궁금한 점은 무엇인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나를 공유하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얘기들을 써내려 가고 싶다. 


이사하는 곳 거실엔 커다랗게 창이 나있다. 그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끝내준다. 들판을 뛰어노는 말들과 꿩, 고라니, 길냥이들까지 한눈에 보이고 그 뒤론 한라산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내 집으로 오는 누군가와 그 창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다. 더불어 포비표 커피한잔과 책과 디저트로 나를 찾아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그들을 통해 창 너머 벌어지는 세상 속 얘기들을 듣고 싶다. 내 공간을 찾아 또한번 이동한다. 그곳에서 나누게 될 많은 얘기들이 기대된다.


이번 주 일요일 이사합니다. 언제든 제주 포비네 거실로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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