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험난한 날씨 속에서 이사를 마쳤다. 같은 단지 옆동으로 옮기는거라 조금 쉽게 봤던 이사는 내 뒷통수를 쳤다. 어찌나 힘들던지. 같은 단지에 평형이 다른집으로 옮기는것이지만 거리만 가까울뿐 이사는 똑같이 힘들었다. 변덕 가득한 제주날씨 아니랄까봐 맑던 하늘에선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고 비는 생각도 안했던 우린 젖어들어가는 쇼파와 가구들을 급하게 집안으로 집어넣느라 안팎으로 난장판이 벌어졌다. 바닥과 가구들을 닦느라 우리집 수건들은 갑자기 걸레로 변신되 총출동되었고 나는 다른건 몰라도 책만은 젖지 않아야 한다며 책을 담아놓은 바구니를 온몸으로 막아댔다. 그와중에 감기에 걸려있는 따님은 열이 슬금슬금 올라 눈이 쾡해진채 엄마를 찾아댔고 고양이들은 빗소리와 이삿짐 나르는 소리에 발광을 하며 늑대처럼 울어댔다.
이사 첫날은 너무 힘들었어서인지 같은 단지 내 이사를 후회하기까지 했다. 정신없던 하루가 지나고 하나씩 정리를 해나가자 정신이 돌아오면서 내가 왜 이사를 결심했는지 다시금 생각정리가 됐다. 내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에서 읽고 쓰면서 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사는 더럽게 힘든과정이지만 하루이틀만 고생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 또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공짜로 얻을 수 있는건 없는 것이 세상일이니 이사 다음날 새벽5시부터 일어나 열심히 집정리를 했다. 뭔가를 남겨두곤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하루종일 정리하고 또 정리했더니 이사 2틀만에 집정리를 거의 끝낼 수 있게 됐다. 이제 커텐과 주문한 몇가지들만 오면 집정리가 모두 끝이 난다. 너무 수고한 나에게 남편 손을 빌려 엉댕이를 토닥여주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이 동네는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해있다. 해안동엔 아파트나 상가같은건 하나도 없고 군데군데 주택가들만 자리하고 있다. 한라산이 훤히 보이고 말과 고라니 까마귀 꿩 참새 백로가 날고 뛰어다니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날엔 고립되는 운치도 있는 진정 제주스러운 곳이다. 처음 이 타운하우스 단지를 봤을 때 2층 테라스에서 보이는 경치에 입이 떡 벌어졌었다. 날씨에 따라 멋들어지게 바뀌는 하늘과 밤에 보이는 달과별의 풍경은 직접 보지 않는다면 말로는 다 표현되기가 어려운 장관이다. 1년전 이 단지로 왔을때도 만족하며 살았지만 좀더 넓은 평형으로 옮기고 보니 집의 활용도가 높아져 이제 손님들도 몇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주말엔 이사기념으로 테라스에서 술과 고기 장어파티를 하며 제주에 취하고 경치에 취하며 4계절을 함께 할 새로운 공간에서 원샷 에브리바디를 외쳐줘야지.
이사 잘 마쳤습니다. 커텐 달면 추가로 더 사진 올려보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