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bi미경 Oct 18. 2024

빠져들다. 스릴과 중독으로

다음날 출근을 준비하는 김교수는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당신 무슨 좋은 일 있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네?”

“응? 좋은 일은 무슨.. 오빠는 내가 기분이 좋아 보여도 트집이야”

“아니 그게 아니고 갑자기 생기 있어 보여서 물어본 거야. 별일 없으면 됐고”


김교수는 남편의 질문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죄책감 같은 감정은 들지 않았다. 남편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이었지만 김교수는 남편의 느긋한 성격이 지루했고 대학시절부터 함께해 온 그에겐 이성적인 감정보단 오래된 친구 같은 동료애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부부관계 역시 성실한 그의 성격답게 일정한 주기와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었고 김교수에게 부부관계란 그저 의무적인 형식일 뿐이었다.     


닥터김과는 일체 개인적인 연락은 하지 않기로 했다. L교수와 닥터최와 함께 속해있는 그룹톡을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받기로 한 그들은 만남 역시 단체로 만날 때만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김교수는 하루종일 핸드폰을 의식하면서 그룹톡이 울리기만을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일과가 끝나갈 때까지 그룹톡은 울리지 않았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김교수는 L교수방으로 찾아갔다.


“언니, 저.. 오늘 혹시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아니~ 왜왜? 나랑 저녁 먹어주려고?”

“오늘 수업하느라 이래저래 힘들기도 했고 그래서 언니랑 한잔 할 수 있을까 해서요~!”

“오오 아이 때문에 퇴근시간만 되면 부리나케 달려 나가던 김교수가 웬일이야! 나야 좋지!!”

“그럼 언니.. 저번에 최 선생님께서 장어도 사주셨는데 오늘은 제가 한잔 사드리면 어떨까 하는데..”

“아 우리 파주장어팀? 좋지 좋아! 그럼 내가 그룹톡으로 연락할게! 아싸아~”


김교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닥터김이 보고 싶었고 그의 손길이 벌써 미치도록 그리웠다. 그들은 닥터김이 자주 간다는 단골 술집으로 향했고 L교수와 함께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술집은 프라이빗하게 룸으로 되어있었고 곧이어 도착한 닥터최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자리의 흥을 돋아주었다. 곧 마주하게 될 닥터김의 생각으로 초조해진 김교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룸밖으로 나왔고 그 길 복도에 들어오고 있던 닥터김과 마주쳤다.     

“김 선생님..!!”

“김교수, 나와 있었네요.”

“아, 저기.. 김 선생님 기다리다가.. 아니 그게 아니라..”

얼굴을 붉히며 더듬대는 김교수를 바라보는 닥터김은 왠지 모를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김교수의 손을 잡더니 비어져 있는 룸으로 그녀를 이끌고 들어왔다. 바로 옆 룸에서는 L교수와 닥터최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지만 닥터김은 그들의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교수를 끌어당겼다. 어두운 빈 룸에는 그들의 숨소리만 가득 차올랐다. 닥터김은 김교수를 내려다보다가 서서히 그녀의 치마를 말아 올리기 시작했다.     

“아 저 김 선생님.. 바로 옆방에 L교수와 최교수가...”

“괜찮아요. 저만 보세요”


닥터김은 그녀에게 뜨겁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고 한 손으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론 빠르게 그녀의 속옷을 벗겨버렸다. 닥터김의 거칠지만 부드러운 손은 김교수를 한껏 자극시켰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빨아들였다. 그들이 있는 룸에선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고 귓가에 울리는 옆방의 웃음소리는 그들의 숨죽인 정사를 더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스릴감과 쾌감이 그녀의 온몸을 흥분시켰다. 닥터김의 마지막 신음소리를 끝으로 김교수 역시 다리에 힘이 풀렸고 그런 그녀를 안아주며 닥터김은 속삭였다. 보고 싶었다고. 하루종일 김교수 생각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김교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와의 섹스는 그녀의 인생에서 부족한 무언가를 가득 채워주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평온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고 좋은 대학을 간 후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오랜 연애 끝에 당연하듯 그 사람과 결혼을 해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남편에겐 불만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뜨거운 열정도 없었다. 아이를 낳고 교수직을 겸하면서 충실한 가정에 맞는 충실한 와이프이자 엄마의 삶을 매일 살아왔다.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기에 때때로 찾아오는 공허함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닥터김은 그녀의 빈 공백을 가득 채워주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날수록 그녀 깊숙이 감춰져 있던 욕망이라는 감정은 그녀 스스로 놀랄 만큼 점 점 더 뜨겁게 분출되었다. 그는 그녀의 잠들어 있던 모든 감각을 자유자재로 꺼내 그녀를 희롱하고 얼러주고 소유하면서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댔다.      


그들은 점점 더 과감해졌다. 모임을 잡으면 항상 몇 분 더 먼저 만나 차에서, 빈룸에서, 그 어떤 공간에서든 서로를 탐했다. 술자리에서도 L교수와 닥터최가 취해갈 때쯤 아직 식지 않은 그녀의 은밀한 곳을 닥터김은 손가락 구석구석을 이용해 어루만지고 흥분시켰다.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감추면서도 지속되는 흥분감에 중독되어 갔고 닥터김에게 끝없이 빠져들어갔다. 스릴감에 도취된 그들의 섹스는 마치 마약처럼 서로에게 취해 들어갔다.





브런치독자님들:)

포비언니입니다.

어느새 [신도시 엄마들의 바람, 바람, 바람]의 스토리가 24꼭지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어디서든 볼수 있지만 막상 또 어디서든 볼수 없는 여러 유형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지요.

경험을 기반으로 쓰는 글이라 글을 쓰면서도 저 역시 예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올라오더군요.

지금 연재중인 신도시 엄마들은 여기서 잠시 쉬어가려합니다. 김교수의 얘기를 마무리 짓고 쉬려고했는데 얼마전 출간된 제 책 [그렇게 남들 기준에 맞추며 살지 않아도 돼]의 홍보와 북토크등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할듯 싶어서 김교수는 열린결말로 잠시 내려놓을까해요.

연재글은 잠시 중단되지만 제 일상속 여러 생각의 글들은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다른 여러글들로 브런치독자님들과의 소통은 여전히 지속하도록 할께요:)

많은 애독과 관심 부탁드릴께요.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