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간보고에 달리기를 시작하겠다는 소식을 전했었지요. 그 주간보고를 보내던 7월 10일, 저는 첫 달리기를 했습니다. 소식을 전하니, 친구들이 물었어요. 왜 하필 이렇게 한참 더울 때, 그것도 밖에서 달리기를 하느냐고요. 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실외 달리기를 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실외를 택한 이유는, 헬스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밖에서 달리면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춥다는 단점이 있지만- 때에 따라 아름답게 바뀌는 풍경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잖아요. 굳이 달리기인 이유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다거점 생활을 하고 있으니, 언제 어디서든 큰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어요. 달리기는 편한 신발만 있다면 어디서든 달릴 수 있잖아요.
조만간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도 병행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단은 좋아하는 것으로 차근히 운동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는 게 실외 달리기를 이 여름에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운동을 지독하게 싫어하지만, 운동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아서- 이전에도 여러 운동을 시도했습니다. 헬스, 요가, 필라테스, PT, 수영을 하기도 했고요.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방송댄스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저와는 맞지 않는 운동도 있었지만, 그중 꽤 잘 맞는 운동도 있었어요. 서른 무렵에는 롱보드와 프리다이빙에 빠져 각종 장비를 사 들이는데 빠지기도 했었고요. 문제는 반짝 빠졌다가 금세 시들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 어디서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습관을 만들고 싶었어요.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니 너무 무더운 날들이 계속되었어요. 무덥지 않으면 비가 쏟아졌고요. 덕분에 주 3회 달리기로 한 계획을 첫 주부터 지키지 못했습니다. 첫 주엔 2번을 겨우 달렸습니다. 또 망한 거죠. 저는 어릴 때부터 노트 첫 장을 망치면 그 노트는 쳐다보기도 싫었거든요. '달리기도 이렇게 아스라이 사라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요, 이번에는 때려치우지 않고 공원으로 나가 태연히 다시 달리는 걸 선택했어요. 전주에 못한 회차는 이번 주에 이어하면 되니까요.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만두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냥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걸 해야 되면 그걸 하는 걸로."
넷플릭스 '사이렌 : 불의 섬'에서 정민선 소방관이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이 말이 제게는, 이것저것 너무 재지 말고 그냥 해 내자는 말로 들렸습니다. 노트의 첫 장을 망쳐도 계속 이어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 잘못 그은 선, 드문드문 빼먹은 페이지도 있겠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노트의 첫 장만 쓰고 방치한 사람보다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제 달리기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30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되는 것'과 '어디서든 원하는 속도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목표를 이루고 꾸준히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쓰며 지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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