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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Stars Are Scattered"

Mock City Council Meeting 모의 시의회 토론

지난번 모의재판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서 아이들이 또 한 번 더 하자고 졸랐어요. 그래서 이번엔 모의 시의회 회의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케냐의 난민 캠프에서 지내다 미국으로 이주한 Omar와 그의 남동생 Hassan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화로 된 책입니다. 소말리아의 내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부모님도 없이 난민캠프에서 지내던 Omar가 아픈 동생을 돌보기 위해 캠프 안에 있던 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사회복지사의 도움과 주변 이웃들의 도움으로 학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고 결국은 그로 인해 미국으로 이주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책을 읽고 우리 타운에 난민캠프를 짓는다면 어떻까에 대한 토론을 해 보기로 했어요. 미리 난민 캠프에 대한 장단점을 정리해서 표로 만들어서 가지고 올 수 있도록 종이를 나눠주었어요.



이번 토론은 처음부터 역할을 정해놓지 않고 집에서 충분히 양쪽 입장에 대해 고민하게 한 후 프로그램 당일에 뽑기로 찬성 측과 반대 측을 고르기로 했어요. 저는 토론을 준비하면서 난민 캠프를 짓는 것의 단점에 대해 더 많이 정리했어요. 왜냐면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나면 모두 난민 캠프를 짓는데 동의할 거라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예상외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반대 측에서 토론하기를 원했어요. 심지어 한 아이는 찬성 측을 골랐다고 거의 울 뻔했어요. 그래서 저 상처받았답니다.


왜 하필이면 이렇게 무거운 주제의 내용을 만화로 만들었을까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하면서도 난민들의 실상을 시각적으로도 설명해 주려는 의도였을 거예요. 거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언제나 감정을 자극합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동정"을 넘어 "공감"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어요. 이제 겨우 4-5학년인 아이들이 벌써부터 자신의 실리를 우선시하다니요. 거기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쓰인 그림책을 읽고도 말이에요.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도 막상 찬성 측 입장에서 토론을 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어요.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하고요. 저희 타운에 운동장이 2개가 있어요. 저희 도서관 바로 옆에 있어서 파킹장을 같이 쓰고 있는 운동장이 좀 크고요. 다른 하나는 조금 작거든요. 한 학생이 운동장이 2개가 다 필요하진 않으니 작은 운동장에 난민 캠프를 만들면 된다면서 캠프가 그리 클 필요는 없고 작게 시작하면 된다는 식으로 제안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반대 의견을 내는 아이들의 비판이 신랄했어요. 자신들의 낸 세금이 난민들을 위해 쓰인다면 도서관에 신간 도서를 못 사게 된다면서 직접적으로 저를 가리키면서 월급이 줄면 어떻겠냐고 묻질 않겠어요? 원래는 사회를 보는 입장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겠지만 하도 반대 의견으로만 입장이 몰리길래 "나는 나의 월급이 좀 줄더라도 난민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면 감수하겠다"라고 했더니 나보고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더라고요. 읽었던 책의 감동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ㅠㅠ;


모의 시의회 회의를 잘 마쳤습니다. 나름 성숙한 토론이 이루어졌고 제가 미쳐 생각지 못한 의견을 낸 아이들도 있었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흥분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를 설득하려고 하더라고요. 비록 결론은 난민 캠프를 짓지 않는 걸로 결론은 났지만 토론에 대해 경험하고 배우는 좋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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